수출이 연말 들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4ㆍ4분기 국내 경제성장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안한 경기여건에도 불구하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는 것도 수출 증가세를 확신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 부총리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ㆍ4분기에는 내수가 다소 위축되는 것이 통례이지만 10월의 경우 수출 증가세가 이를 상쇄시켜줬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의 수출 증가세가 조업일수 등 특정 변수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 시장의 자연스런 수요 증가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연말까지 꾸준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일 산업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미국ㆍEUㆍ중국 등 우리 주력시장으로의 수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23.2%나 증가했고 그간 고전하던 EU로의 수출도 16%나 상승했다. 이 밖에 중국,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으로의 수출도 각각 5.5%, 0.3% 늘어났다. 남기만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10월 조업일수가 지난해와 똑같았다는 점을 비춰볼 때 이번 수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미국과 EU의 경기회복"이라며 "유럽 시장으로 석유제품ㆍ자동차ㆍ가전 등이 잘 팔려나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품목별로는 수출 마스코트인 무선통신기기의 활약이 눈부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와 LG전자의 G2가 출시되면서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지난 10월에 33.1%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1,00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가진 베트남ㆍ중국의 현지 공장으로도 휴대폰용 부품 수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임금협상 등으로 주춤했던 자동차 수출도 다시 날개를 달았다. 자동차 수출은 10월에 21.2%나 증가했다. 10월20일까지의 지역별 증가율을 보면 미국으로의 수출이 40%에 가깝게 늘었고 EU도 28.2% 증가했다. 이 밖에 자동차부품(21.0%), 반도체(15.2%), 섬유류(12.6%) 등 주력상품들도 수출 호조세를 이끌고 있다.
산업부는 연말까지의 수출 전망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무역 1조달러 달성은 물론 연 수출이 5,500억달러를 무난히 넘길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0월까지의 누계 수출은 4,638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반편 이 같은 수출실적 증가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엔저 여파로 일본으로의 수출 감소폭이 커지고 있는 것. 9월에 1.5%가 줄었는데 10월에는 8.8%나 감소했다. 또한 원화 강세 여파로 수출이 크게 늘어나도 우리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온도는 여전히 냉랭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수출은 달러액 기준 전년 동월 대비 7.3% 늘었지만 원화액 기준으로는 3.4% 증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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