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은행의 합병은 하나금융그룹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5년, 통합 논의가 시작된 지 1년여 만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늦은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조가 결단을 내린 것도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면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합병은행은 이제 규모의 경제를 갖춘 만큼 통합갈등의 와중에 약화된 영업력을 회복하고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로 도약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하나은행은 개인금융 등 자산관리에서, 외환은행은 기업금융에서 강점을 가져 이를 조화롭게 살려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조직정비와 융합도 합병의 성패를 좌우할 중차대한 문제다. 노사 양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근로조건도 보장하기로 했지만 점포 수만도 약 1,000개에 이르는 터에 효과적인 인력배치와 조직재편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합병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은 저성장·저금리시대를 맞아 위기에 몰린 국내 금융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갈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통합작업을 특유의 뚝심으로 성사시킨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25년까지 아시아 5위권, 글로벌 40위권 은행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해외 24개국에 127개 네트워크를 갖춘 통합은행의 저력만 제대로 발휘한다면 그리 어려운 목표도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선진 금융기법과 첨단 정보기술(IT)로 무장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선도적으로 진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금융당국도 최대한 신속하게 합병심사를 진행해 통합은행 출범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