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위공무원 출신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마뜩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금 개혁은 해야 하지만 공무원 입장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다수의 여야 의원들이 공무원·군인·교사 조직의 표를 의식해 몸을 사리기는 하지만 고위공무원들 출신들이 좀 더 심하다는 점에서 '가재는 게 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나온 연금 개혁안은 내는 돈은 43% 올리고 받는 연금은 34% 깎을 뿐만 아니라 오는 2016년 이후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 수준으로 부담과 혜택이 축소된다. 여기에 현재 연금수령자 36만명의 연금수령액도 3% 줄도록 돼 있다.
충남·충북경찰청장과 충남지사를 역임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4일 "늦출 수 없는 개혁과제"라면서도 "그렇다고 연금 개혁을 몰아붙여서는 안 되고 무엇보다 국민과 미래 당사자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개혁 방향을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른 시일 내에 정책 의총을 소집해서 여론 수렴 절차를 밟도록 할 것이며 국민과 공무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창조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의원총회에서 절충안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는 당 경제혁신특위와 연금학회에서 제시한 개혁안은 안 된다는 뜻이다. 여기에 검사 출신인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공적연금 개혁에 대해 차기 총선을 염두에 둔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앞으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법안을 완성한 뒤 야당과 협상에 나서야 할 원내지도부선에서 속도 조절이 이뤄지는 셈이다.
판사 출신인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전날 민간보다 적은 월급과 노동3권의 일부 제약, 후불 월급 성격을 예로 들며 "공무원 노조 측의 입장을 들어보면 경청할 만한 점이 있고 연금제도 개혁에 반영될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와 정책라인 모두 연금 개혁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인 셈이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인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도 전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가진 당정간담회에서 "공무원연금을 매달 450만원을 받고 있어서가 아니라 공무원연금의 경우 현재 받는 사람을 줄이겠다는 건 위헌 소지가 있으니 새로 내는 사람만 덜 받는다는 게 정권 유지 차원에서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출신인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반대는 안 하지만 세심하게 살펴서 가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야당에서도 현재의 연금 개혁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이의 제기가 많다.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인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지속 가능한 쪽으로 공무원연금 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설득하고 양해를 받아야지 특혜라고 너무 강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 부담(월급의 7%를 내고 국가가 7% 부담)이 국민 부담(4.5% 내고 사업장이 4.5% 부담)보다 크고 과거 월급이 낮아서 보상 성격도 있는데 일방적으로 비정상적 특혜를 받는 것처럼 매도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