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유로 2008’에서 가장 황당했던 순간은 죽음의 C조 최종전 이탈리아 전에서 완패해 1무2패로 8강행이 좌절된 뒤의 도메네크 프랑스 감독의 기행이었다
도메네크 감독은 이탈리아에 패한 후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 가지 프로젝트만 갖고 있다. 그것은 결혼하는 것이다. 인생에는 아름다운 일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고 동문서답했다. 동거중인 애인에게 프러포즈를 패배의 변으로 한 것이다.
한국적인 정서로 볼 때 미친 X나 할 소리 였다.
그러나 러시아 축구 대표 팀을 맡아 4강까지 진출해 ‘유로 2008’의 최대 영웅으로 떠올랐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겸손 그 자체였다.
히딩크 감독은 스페인과의 준결승전에서 0대3으로 패해 탈락한 뒤 가진 세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 수비수 콜로딘의 공백이 패배에 영향을 미쳤느냐?
선수 한 두 명이 빠져 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린 실력도 부족했고 플레이의 깊이 면에서도 상대보다 떨어졌다. 그 점에 대해서는 변명하고 싶지 않다.
히딩크 감독은 조 예선에서 이탈리아 프랑스를 잇따라 꺾고 8강에 올라온 네델란드를 연장접전 끝에 3대1로 물리치고 4강전을 준비할 때만 해도,
“나도 놀랐다. 기술 때문이 아니라 우리 러시아 선수들이 그렇게 빨리 국제수준의 경기를 배울 수 있었던 수용능력 때문에 놀랐다”며 자부심이 대단했었다.
그러나 스페인에 패해 패장이 됐을 때는 멋지게 자세를 낮춘 것이다.
히딩크는 자신에게 붙여지는 ‘매직’ 즉 ‘미러클’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한마디로 해명했다.
-당신을 보고 매직이라고 말하는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는가
축구는 감독의 게임이 아니다며 우문현답을 했다.
히딩크 감독이 지난해 7월 이후 꼭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개최국 한국을 4강까지 끌어올린 공으로 대한민국 명예국민증을 받아 사실상 제2의 조국을 찾은 것이다.
히딩크는 한국에 와서도 갖가지 질문에 미리 생각이라도 해 둔 듯 진심어린 말을 했다.
-요즘 한국 축구가 부진한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잘 모르겠다. 아마 2002년의 성공이 준 임팩트가 너무 컸던 것 같다. (한국에도)좋은 감독과 선수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안다. 부진의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지만 팬들도 대표 팀의 부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꾸준한 지지를 보내줘야 한다고 말하며, 지금 내가 (한국)팀을 맡아도 2002년과 같은 성과를 내긴 어렵다”고 밝혔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할 것은 자신이 지금 한국 팀을 맡더라도 2002한일월드컵의 4강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솔직히 말한 것이다.
히딩크는 심리전에 강한 이유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해명했다.
히딩크는 “나는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책을 보며 꾸준히 배우고 있다. 아직 아마추어”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히딩크는 자신이 맡은 팀이 거의 모두 좋은 성적을 올리는 이유를 “자신감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성공의 원동력이라”는 원론적인 말로 결론을 맺었는데,
똑같은 전력이라면, 감독과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팀이 자신이 갖고 있는 전력의 120퍼센트를 발휘할 수 있다면, 그렇지 못한 팀은 80퍼센트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격차가 매우 커지는 것이다.
스포츠 꽁트; 유로 2008에서 프랑스 도메네크 감독의 엉뚱한 기자회견을 보고 놀라지 않았나.
거스 히딩크; 그것도 그 사람 나름의 사는 방식이다,
스포츠 꽁트; 이번에 함께 방한 한 에리자베스를 국내언론에서는 애인이라고 부르는데......
거스 히딩크; 한국적인 사고방식으로 볼 때 애인이 맞다.
(히딩크는 스페인에 살고 있는 부인과 엄청난 위자료 때문에 정식 이혼을 하지 않고 있다. 네델란드는 이혼을 할 경우 거의 전 재산을 부인에게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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