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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물의 뱃속 혹은 황량한 사막의 모래언덕 같기도 한 굽이진 공간을 작은 자동차가 달려간다. 사회적 계층과 관계망, 물리적 조건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형성되는 도시의 속성도 저렇게 굴곡진 모습일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달리는 자동차는 도시 속을 살아가는 각자의 삶의 공간(건축)이라고까지 볼 수 있다. 건축을 고정된 것이 아닌 유기체처럼 해석한 건축가 김찬중의 철학적 작품이다.
#2. '패션계의 이단아'로도 불리는 일본의 디자이너 요시카즈 야마가타는 옷 위에 꽃과 인형, 부적과 달걀 등 샤머니즘적 물품들을 매달았다. 옷이 아니라 무당집 같은 이 작품은 인간의 해탈과 자유를 추구하는 동양적 사상을 의상을 통해 실현한 것. 개막식에서 실제 패션쇼도 열렸다.
이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곳은 '드림 소사이어티-엑스 브리드(X brid)'전이 열리고 있는 부암동 서울미술관이다. 현대자동차가 매년 주관하는 '더 브릴리언트 아트 프로젝트'의 두 번째 행사로, 서울미술관과 대안공간 루프가 공동 주최했다. 전시 부제인 '엑스 브리드'는 혼성을 뜻하는 하이브리드와 미지수 X를 조합한 조어로, 다양한 예술 장르가 삶과 융합해 펼치는 미지의 미래상을 뜻한다.
설치작가 최우람은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소재로 거대한 인공태양을 제작해 근원적 자연의 힘인 태양을 인공적으로 재탄생 시켰다. 작가 백정기는 촛불이 발생시킨 전기에너지로 전시기간 달걀을 부화시키는 작품을 통해 에너지의 선순환을 연구했다. 세대·계층별 자살율을 도표화 해 카페트를 만들고 이를 관객이 밟고 지나다니게 한 김기라는 사회문제에 대한 각성을 이야기하고, 사진작가 강영호는 사진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의 경계를 없애 자아와 타자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2010년 칸느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더 유명해진 태국의 영화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영상도 여러 점 볼 수 있다. 2분이 채 안되는 단편 '불꽃놀이'는 엄숙한 옛 신전의 영상 위로 생뚱맞게 불꽃이 터져대는 작품이다. 상영되는 이미지와 이질적인 제목을 조합해 제시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자연과 인간, 성, 사회 등 삶의 경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움직이는 공간' 개념을 세련되게 표현한 미디어아티스트 파블로 발부에나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전시 기획자인 서진석 대안공간 루프 대표는 "19세기 바우하우스 운동처럼 '환경적 공공성'을 주제로 우리 삶을 더 나은 세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계와 예술계의 공유·교류를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16일까지. (02)3141-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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