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2월 1일 퇴임<br>세계언론들 美 호황 이끈 '경제대통령'에 아낌없는 찬사<br>후임 버냉키엔 "덜 정치적인 행보를" 당부
내달 1일 물러나는 앨런 그리스펀(80)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 대해 전세계 언론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30일 세계 언론들은 18년 6개월 동안 초강대국 미국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그에게 “가장 좋을 때 떠나는 드문 존재”라며 헌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특집기사를 통해 “미스터 그린스펀은 경제계의 거장임을 스스로 입증했으며 그에게 쏟아지는 대부분의 찬사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칭송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린스펀의 퇴임을 ‘역사적 변곡점’으로 규정하고 후임자인 벤 버냉키(52)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지명자가 챙겨야 할 일들을 꼼꼼히 지적했다.
◇‘위대한 경제 대통령’ 찬사= 18년 6개월 동안 초강대국 미국 경제를 이끌면서 그가 보여준 능력과 업적은 ‘경제 대통령’, ‘사상최고의 연준리 총재’ 찬사들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뛰어났다.
그는 숱한 위기와 변수들 속에서도 정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미국 경제를 사상 최대의 호황으로 이끌었으며, 고성장과 저물가, 저실업의 ‘신화’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장 취임 후 두 달여 만에 찾아온 주가 폭락도, 걸프전 오일 쇼크도, 세계 금융위기도, 9ㆍ11테러의 충격도 그린스펀의 분석과 처방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미국민들은 20년 가까이 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끈 그린스펀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존경을 보내고 있다.
31일 마지막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하고 직원들과 오찬을 함께한 뒤 FRB 청사를 떠날 예정인 그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워싱턴에서는 드물게 최고(Top)일 때 물러난다”며 한 목소리로 찬사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그린스펀의 성공은 ▦주도면밀한 분석능력 ▦예리한 판단력 ▦유연한 사고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에 힘입은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민주ㆍ공화당을 가리지 않고 ‘힘(권력)’이 모이는 파티라면 만사를 제치고 발품을 판 그린스펀 특유의 정치감각을 높이 샀다.
◇버냉키의 어깨 무겁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그린스펀의 후임자인 버냉키에게 그린스펀에 비해 덜 정치적인 행보를 보일 것을 당부했다. 또 그린스펀이 연준리의 운신 폭을 좁힐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했던 인플레이션 목표의 투명화를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뉴욕타임스의 이 같은 지적은 그린스펀이 미국경제에 남긴 ‘그림자’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미국 상원의 인준이 확실시 되는 벤 버냉키 FRB 의장 지명자는 사상 최대 수준인 가계 부채와 재정적자, 부동산 거품 등 그린스펀이 남긴 유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경제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됐다.
그린스펀이 이룩한 미국의 부(富)가 실질적인 소득 증가나 생산성 향상에 기인한 것이 아닌 통화 정책을 통해 ‘미래에서 빌려온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버냉키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세계의 금융시장은 오는 3월 버냉키가 처음 주재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결정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버냉키는 “그린스펀 의장이 취해온 통화 정책을 계승하는 것으로 임무를 시작하겠다”며 급격한 정책변화를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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