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따라갈 만한 영화는 없더군요. 흥행을 고려해야 하는 영화는 원작의 일부가 과장되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고전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일 서울시교육청 강서도서관에서 열린 ‘영화 속 고전읽기’의 첫 강의에서 강안(사진) 작가는 ‘삶과 사랑의 변주곡’이라는 주제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풀어냈다.
“안나 카레니나가 과연 불륜을 부각시키기 위한 작품일까요.”강 작가는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안나 카레니나가 불륜에 포스크가 맞춰진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톨스토이는 사랑을 통해 인생의 항로를 잡으려 노력한 사람입니다.”
강 작가는 2013년 조 라이트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를 수강생들과 함께 보면서 1870년대 재정 러시아 귀족들의 삶과 당시 귀족들의 문화 등 영화의 배경을 소개하고 톨스토이의 작품관을 곁들여 설명했다. “톨스토이의 작품은 50세가 되기 전과 후로 작품의 주제가 바뀌게 됩니다. 전기의 작품은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다면 50대 이후에는 종교에 심취하면서 작품을 쓰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종교는 계율, 율법, 권위를 중요시 여겼던 러시아 종교가 아니라 자신만의 사랑을 실현하고 이를 실천하는 삶이었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톨스토이에게는 곧 종교적인 삶입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이 바로 톨스토이의 의식이 투영된 인물이죠.”
강 작가는 안나 카레니나와 곁들여 읽어 볼 책으로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석영중 지음)’ ‘어떻게 살아야 할까(오종우 지음)’ ‘적과 흑(스탕달 지음)’ ‘마담 보봐리(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차탈레 부인의 사랑(D.H. 로렌스)’ 등을 권했다.
오전 10시부터 열린 강서 도서관에는 30여명의 수강생들이 안나 카레니나의 영화 장면과 강 작가의 영화 해석을 들으면서 톨스토이의 인생관과 작품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빠져들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전인문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일환으로 열리고 있는 이번 강좌는 ‘바람에도 상처가 있다(위대한 개츠비)’, ‘사랑 그 위대한 힘(레미제라블)’, ‘이 시대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은(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위대한 희망의 씨앗(나무를 심은 사람)’등 오는 2월 4일까지 5주간 강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고인돌 사업은 영화ㆍ역사ㆍ철학 외에도 문학ㆍ미술ㆍ건축 등 다양한 장르로 인문학의 외연을 넓혀 폭넓은 강의를 이어간다. 22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과 중고등학교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 강좌의 참가는 무료이며, 세부 프로그램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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