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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냐, 자본주의냐 美금융시장 200년 전쟁

머니맨 헨리 브랜즈 지음, 청림출판 펴냄…18세기말 정치권내 양대 세력<br>중앙은행 설립 싸고 첨예한 대립, 공화-연방파로 갈려 정당 생겨나

▲JP모건

▲제이굴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있다. 둘은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신간 ‘머니 맨’에 따르면 양자는 서로를 증오하고 피나는 싸움을 펼쳐왔다. ‘아니! 이게 말이 되나’라는 생각이 먼저 스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싸운다는 점 자체가 언뜻 수긍하기 어렵다. 둘 다 ‘우리 편’이라고 교육 받아왔는데…. 그러나 미국의 역사, 특히 금융의 역사는 분명히 양자간 다툼으로 점철돼 왔다. 건국 초기 민주주의 세력의 대표는 독립선언서를 기초하고 3대 대통령을 지낸 토마스 제퍼슨. 13개주의 자유로운 주권행사를 모토로 내세웠다. 반면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을 위시한 자본주의 세력은 신생 미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두 세력은 금융분야에서 가장 첨예하게 맞붙었다. 미국의 수도가 워싱턴 DC로 정해진 것도 민주주의 세력의 골치거리던 주정부의 채무를 자본주의 세력이 주도한 연방정부가 인수한다는 타협의 산물이었다. 미국에서 정당이 등장한 것도 중앙은행 설립을 둘러싼 양자의 갈등 때문이다. 중앙은행 설립은 금융을 장악해 권력을 독점하려는 자본주의 세력의 음모라고 여겼던 민주주의 세력은 공화파로, 자본주의 세력은 연방파로 갈렸다. 최초의 중앙은행인 1차 합중국은행이 1791년 시한부로 설립돼 20년만에 폐쇄된 것도 양당의 대립 탓이다.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앤드류 잭슨 대통령 재임기간(1828~1836년). 중앙은행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1816년 재설립된 2차 합중국은행을 폐쇄하려던 잭슨과 금융자본가들의 갈등은 ‘은행 전쟁’으로 비화해 은행가들의 고의적인 대출 축소와 공황까지 낳았다. 잭슨이 끝내 2차 합중국은행을 폐쇄한 1836년 이후 미국의 금융시장은 민간 자본가들이 쥐락폄락했다. 링컨이 발행한 국채를 분할매각에 북군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제이 쿡과 그랜트 대통령까지 투기에 이용했던 주식ㆍ금 투기꾼 제이 굴드, 1893년과 1907년 공황이 발생했을 때 자금을 무한정 방출해 사태를 진정시켜며 중앙은행의 기능을 떠맡았던 J.P. 모건에 이르기까지 민간 금융인들이 미국의 경제를 움직였다. 주기적으로 불황이 발생하는 원인이 중앙은행이 없는 탓이라는 반성에 따라 미국은 1913년 연방준비제도위원회법을 채택, 건국 137년 만에 항구적인 중앙은행 시스템을 갖췄으나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12개 지역연방준비은행이 들어선 것 자체가 건국초 민주주의 세력이 갈망했던 지방분권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연준이 완전한 독립과 중립을 보장받으며 연방정부의 간섭과 개입으로부터 벗어난 것도 1951년 화해협정부터다. 오늘날 세계를 주름잡는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200년간의 치열한 싸움과 화해의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신간 머니맨(원제 Money Man)은 특징은 번역서 이상의 번역서라는 점이다. 원서에는 없는 각주와 삽화가 이해를 도와주고 각 장의 말미에 번역자가 달아놓은 해설자 노트와 부록은 세계 경제ㆍ금융사의 이면의 훑어보는 맛을 내준다. 일반교양서는 물론 경제사 연구서로도 손색이 없을만큼 풍부한 자료를 담았음에도 찾아보기가 없는 게 옥의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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