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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물량 적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인기
집값 다소 비싸지만 고소득 전문직 등 선호
중소형 펜트하우스·오피스텔 테라스도 눈길
지난 2005년 분양한 포스코건설의 인천 송도국제도시내 주상복합 '더샵 퍼스트월드'는 최고 2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대부분 주택형이 성공적으로 청약을 마감했다. 하지만 300㎡대 이상의 펜트하우스는 뜻밖에 청약결과가 저조했다. 가장 규모가 큰 412㎡만 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펜트하우스는 접수인원을 겨우 채웠다. 이 아파트는 최초 분양 당시 가격을 3.3㎡당 평균 1,300만원 가까이 책정해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분양가가 1,000만원을 넘겼다. 펜트하우스는 이보다 훨씬 더 비싸 수요자들에게 부담됐다는 것이 당시의 분석이었다.
하지만 분양한 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412㎡ 펜트하우스의 호가는 29억원까지 올랐다. 최초분양가 보다 약 6억~7억원이 뛴 것. 가격도 가격이지만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것 자체가 드물다. 애초 공급 물량 자체가 적었던 데다 시장에 나오는 물건마저 거의 없으니 가격은 다른 아파트에 비해 더 많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스웨덴 경제학자 구스타프 카셀(Gustav Cassel)이 말한 '희소성의 법칙(Law of Scarcity)'이 아파트 펜트하우스에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송도동 S 공인 관계자는 "자금 여유가 많은 사람이 분양받아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것이 드물다"며 "2년 전에 펜트하우스가 한 건 정도 거래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장에서 '희소성'의 가치가 치솟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아파트 펜트하우스는 이제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집'으로 인식되면서 분양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같은 값이면 남들과 다른 집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구가 이들의 존재감을 더욱 드러내고 있는 것.
아파트 최고층에 주로 들어서는 펜트하우스뿐만 아니다. 단독주택이나 연립·다세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테라스하우스가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오면서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타운하우스에서 선보였을 때만 해도 이 같은 인기를 얻을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원생활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획일적인 아파트 단지에서 단독주택 같은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두드러지면서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인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1층 가구를 위해 복층아파트 등 기존 아파트와 뚜렷하게 차별화된 아파트들이 분양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사생활 침해와 보안상의 문제점, 아파트 가격 약세 등의 이유로 '미운 오리'와 같았던 1층이 최근에는 복층으로 설계되거나 지하층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가 다양해 지면서 오히려 저층이라는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고 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펜트하우스·테라스하우스 등은 보통 전체 아파트 가구 중 5% 이내로 공급된다"며 "공급은 적은데 최근에는 가격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아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펜트·테라스하우스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일반아파트는 지역과 분양시기에 따라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펜트하우스는 대부분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된다. 예전에는 대형 펜트하우스만 공급됐지만,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중소형 펜트하우스도 전략적으로 선보이고 있어 문턱도 낮아졌다.
분양시장뿐만 아니다. 일반 매매시장에서도 이들 아파트는 강세다. 비슷한 규모의 아파트보다 값을 더 쳐준다.
이는 펜트하우스가 건물의 최상층이어서 탁월한 조망권을 갖춘데다 물량도 한 개 단지당 많아야 5~6가구에 불과해 희소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부 시설 역시 단지내 다른 아파트보다 고급화·차별화하는 것도 펜트하우스의 인기 요인이다.
분양업체 한 관계자는 "펜트하우스는 공급되는 물량이 적은데다 일반 아파트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예전에는 대형이 많았지만, 요즘은 중형 펜트하우스도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펜트·테라스하우스는 불패= 지난달 분양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는 전반적으로 청약 성적이 저조했다. 평균 경쟁률은 1.54대 1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4가구만 분양한 펜트하우스(전용 141~192㎡)는 29명이 청약해 평균 7.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에서도 펜트하우스의 인기는 마찬가지다. 화성산업이 대구시 북구 침산동에 분양한 '화성파크드림' 펜트하우스는 1순위에서 3.7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마감됐고 중흥건설이 세종시 3-2생활권 M4 블록에 공급한 '중흥 S-클래스 리버뷰 2차'도 1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테라스하우스도 이에 못지않다. 일반 타운하우스에서 분양된 테라스하우스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아파트 단지로 끌어들인 테라스하우스는 청약 불패를 이어갔다. 실제로 지난해 분양한 삼성물산의 '래미안 위례신도시' 테라스하우스 99㎡는 37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타운하우스 단지의 테라스하우스는 희소성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일반 아파트 단지 내의 테라스하우스는 그렇지 않다"며 "앞으로 아파트 단지 내 테라스하우스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희소성 인정받아 가격도 강세=펜트하우스와 테라스하우스의 힘은 희소가치에서 나온다. 15층 높이, 10개 동 600가구로 구성된 아파트 단지라면 펜트하우스는 최대한 공급해도 20가구 정도에 불과하다. 전체 가구의 3% 정도 수준인 셈이다. 애초 공급 물량이 적으니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거의 없다. 테라스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분양한 845가구 규모의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에는 테라스하우스가 단 8채 뿐이다. 판교신도시 백현마을 D 공인 관계자는 "펜트하우스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매물이 적으니 집값도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되는 것도 펜트하우스와 테라스하우스의 장점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입주한 '시흥 능곡 우남 퍼스트빌 테라스하우스(247㎡)'의 분양가는 7억4,000만원선이었지만 현재 호가는 9억5,000만원 안팎까지 올랐다. 또 '래미안 위례신도시' 테라스하우스는 청약접수가 진행된 직후 1억~2억원 정도의 웃돈이 붙기도 했다. 일반 아파트에 비해 대형, 고가인 경우가 많아 고액 자산가나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종 종사자들이 주고객이라는 점도 펜트하우스와 테라스하우스에 대한 선호를 높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일반아파트와 차별화된 설계와 시설은 물론 조망권이 우수한 점 등 실제 생활을 하는 데에도 여러 모로 장점이 많다.
◇물량 적지만 꾸준히 공급= 펜트하우스와 테라스하우스는 물량은 적지만 꾸준히 공급되고 있다.
올해도 서울 양천구 '목동 힐스테이트'를 비롯해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내들 퍼스티지', 세종시 '중흥 S-클래스 리버뷰 2차' 등에서 펜트하우스가 선보였다. 미사 강변 2차 푸르지오 펜트하우스는 현재 분양 중이며 분양을 앞두고 있는 '래미안 용산'에도 펜트하우스가 공급될 예정이다. 또 대우건설이 현재 분양하고 있는 '관악파크 푸르지오'에도 74·80㎡ 테라스하우스가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오피스텔에도 테라스 형태가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 '일산 요진 와이시티'의 오피스텔 '테라스앤타워'의 24~38㎡ 일부는 테라스 설계로 공급하고 있다.
분양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분양되는 고층 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펜트하우스가 포함돼 있다고 보면 된다"며 "다소 인기가 떨어지는 아파트라도 펜트하우스는 희소가치가 있는 만큼 경제적인 면에서도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트하우스, 탁 트인 조망·실내 개방감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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