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유엔은 2009년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100세 장수가 보편화 되는 시대의 인류를 '호모 헌드레드 (homo hundred)'라고 정의했다.
많은 사회학자와 미래학자는 축복받는 장수 필수조건으로 경제력·건강·취미·동반자를 꼽고 있다. 이중 가장 기본이 돼야 할 것은 경제력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수입이 창출돼야 한다.
평생 급여처럼 현금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은 연금이 유일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3층 구조로 돼 있다. 1층은 사회보장을 위한 국가 기초보장인 국민연금, 2층은 근로자의 퇴직 이후를 위한 퇴직연금, 3층은 개인의 사적 노력에 의한 개인연금으로 이뤄져 국민의 노후 생활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필자는 3층 구조 중 2층 기업보장인 퇴직연금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는 2005년 12월에 도입됐다. 만 8년째를 맞은 지난해 말 국내 54개 퇴직연금사업자의 적립금 규모는 84조원에 달하는데 그 정도로 양적인 면에서 괄목한 성장을 이뤘다.
중소기업 도입률 16% 불과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경제수준에는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성과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국내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추계액 152조원(전체 상용근로자 1,015만9,000명×월평균급여 245만4,000원×근로자 평균근속년수 6.1년) 대비 55% 수준에 불과하다. 도입률은 전체사업장 160만7,000개 중 25만7,000개만 도입돼 전체의 16%에 그치고 있다.
가입자 수도 470만명으로 가입률 역시 46% 수준이다. 사업자 선정에 있어서도 전문성이나 운용역량보다는 특정 금융기관의 기존 거래 관계 및 우월적 지위 등의 특수성이 반영되는 등 편중현상이 여전한 실정이다. 제도유형 및 운용방법에 있어서도 선진국과 달리 확정급여형(DB형·72%)·원리금보장형(93%)에 치중돼 있다.
그러나 그중 가장 큰 문제점은 노후준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 사업장의 퇴직 연금 도입률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도입률은 91%인 반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16%에 불과하다. 이 중 전체 사업장 수의 96%를 점하는 30인 미만 소기업은 14%(10인 미만 소기업은 12%)로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은 여전히 퇴직연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퇴직연금 가입률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우선 도입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계상 손실로 도입하기 곤란한 중소기업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 차원에서 퇴직연금 가입액의 일정 부분을 보조하거나 해당 근로자에게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우대를 적극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일반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퇴직연금사업자는 동일 투입비용 대비 수익이 확보되지 않는 중소 사업장 유치에 소극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 중소기업청 및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퇴직연금 전담을 표방한 사업자에게 중소기업체를 유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 중소기업도 근로자가 전문성과 수익성(운용수익률)을 확보한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셋째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가입 활성화를 위해 연합형제도와 모집인 제도를 재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입절차 간소화 및 관리를 정부 또는 산하기관이 지원하거나 모집인 선발 및 수수료규정을 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근로자에 세혜택 등 유인책 늘려야
마지막으로 퇴직보험 및 신탁에 머물러 있는 퇴직금(잔액 1조7,000억원)을 퇴직연금 제도로 조속히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 또는 인센티브 제공도 요구된다.
사회·경제적 약자인 중소기업 근로자가 100세 시대에 새로운 빈곤층으로 전락한다면 기업 및 근로자는 물론 국가재정 측면에서도 엄청난 비용이 수반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성큼 다가온 장수시대에 정부 및 퇴직연금사업자는 퇴직연금제도 활성화를 통해 기업과 근로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퇴직연금을 통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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