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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산수화는 회화라는 감상용 외에도 무과 시험 등 당시의 행사나 사건을 그림으로 묘사한 기록화이자 주변의 지형지물까지 자세하게 그려낸 지도역할까지 쓰임새가 다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8일 서울시교육청 강서도서관에서는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미술로 이해하는 조선의 문화’ 세 번째 강의가 열렸다. ‘사대부의 취향과 회화’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의에서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후 회화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강의를 맡은 윤민용(사진) 강사는 “양란(洋亂) 이전 조선시대의 사회적인 분위기는 사대부가 그림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게 자랑거리가 아니었지만 후기로 접어들면서 계회도 등의 영향으로 사대부들이 회화에 깊숙이 관계를 하게 된다”며 “특히 18세기 이후 사회가 안정되면서 그들의 취향과 생활을 반영한 풍속화류의 그림과 장식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미술·영화·경제학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융복합적인 인문학 강좌로 구성, 21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함경도 지방의 과거시험의 합격자를 발표하는 장면이 묘사된 ‘북새선은도(北塞宣恩圖)’를 함께 보면서 윤 씨는 강의를 이어갔다. “이 그림은 궁중 화가였던 한시각의 작품으로 함경도 길주목에서 실시된 문무과 과거시험 장면을 그린 기록화입니다. 그림에는 시험관의 명단, 시험일자, 제목, 합격자 명단과 지역별 통계 같은 중요한 기록이 그림에 담겨있어요. 특히 칠보산 등 함경도 길주의 산이 배경을 이루고 있어 당시의 지형지물까지도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어 1702년 제주목사로 부임했던 이형상이 남긴 40폭의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에 묘사된 제주의 지리와 풍속 등에 대해 소개했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수집취미가 회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18세기 나라가 안정되면서 명나라 말기 문인들이 즐겼던 문방수집취미가 조선에도 전해져 정원을 가꾸고 예술품을 수집을 하는 등 사대부의 문화가 꽃을 피우게 됐어요. 관직과 출세를 기원하던 잉어가 등장하는 민화가 인기를 끌고 수집취미가 그대로 그림이 된 ‘책가도(冊架圖)’가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조선의 문필가 장혼은 그의 문집에 매화와 대나무를 심고 자신만의 정원을 꾸미는 것이 평생의 꿈이라는 의미로 ‘평생지(平生志)’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어요. 길상의 상징인 불수감이나 도상을 모으는 등 아취있는 생활을 즐기고자 했던 조선 사대부의 취향이 조선후기 회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지요.”
한편,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2기는 오는 12월까지 한국미술,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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