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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디폴트 공포 확산…" 대혼란
입력2008-03-16 19:27:22
수정
2008.03.16 19:27:22
美 베어스턴스 긴급 구제금융<br>"유동성 문제없다" 이틀만에 터지자 충격 더해<br>VIX지수 5년來 최고…금리 1%P 인하 가능성<br>"구제금융이 더 큰 화 부를수도" 비판론도 거세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또 다시 대형 악재가 터져 한국 경제의 앞날이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
지난주 말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던 베어스턴스가 결국 긴급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월가는 일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우량 모기지론을 취급하던 손버그와 굴지의 사모펀드 계열 칼라일캐피털에 이어 월가 5대 투자은행(IB)인 베어스턴스마저 신용위기의 희생양이 되자 월가는 디폴트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앨런 슈워츠 베어스턴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2일 “유동성에 아무 문제없다”며 투자자를 안심시킨 지 단 이틀 만에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는 데 월가의 충격은 더욱 컸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베어스턴스의 구제금융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부른 신용 위기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이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서브프라임발 마진콜(자금회수)에 또 다른 희생양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의 금융시장은 ‘구조적인(systematic) 마진콜’에 빠져 있다”며 “이 규모는 3,25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먼브러더스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구제금융 결정 직후 40개 은행으로부터 3년 만기의 20억달러 신용공여한도(크레디트라인)를 확보했다고 즉각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디폴트 공포의 소산이다. 월가의 이 같은 불안감을 반영, 일명 ‘두려움의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VIX)지수는 전날보다 14% 급등한 31.16을 기록해 5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경기사이클을 공식 판정하는 전미경제조사국(NBER)을 이끌고 있는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미국 경제가 세계 2차대전 이후 최악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경기침체에 돌입했다”고 진단해 월가의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번 긴급 구제금융은 지금까지 FRB의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정책이 신용위기를 차단하지 못했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FRB의 조치들이 ‘정밀 타격’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여름 이후 5.25%인 기준금리를 3%까지 내리고 수천억달러의 실탄을 공급해도 정작 필요한 곳에 자금이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신용경색을 알리는 지표 중 하나인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와 10년 만기 미 재무부채권(TB)과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최근 2.7%포인트까지 치솟고 있다. 1%포인트를 약간 넘었던 지난 5년간 평균치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이와 함께 베어스턴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무분별한 투자를 일삼았던 금융기관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 부실이 생겨도 FRB가 구명줄을 던질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FRB가 구제금융에 직접 나서는 것이 시장의 불안감을 더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칼럼에서 “FRB의 결정이 세계를 안심시키기보다는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불안감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전미재투자연합회 연설에서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다한 모기지론이 화를 불렀다”며 “그렇다고 해서 마냥 이들의 책임만 추궁할 수 없다”며 시장 개입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어 “FRB가 가진 권한과 노하우ㆍ재원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8일 FRB가 1%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베어스턴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베어스턴스는 이날 하루 만에 주가가 47% 폭락, 반토막 났으며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피치는 베어스턴스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 단계인 ‘BBB’로 하향 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동성 공급은 일시 처방에 그친다며 매각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수 후보로는 JP모건과 헤지펀드인 시타델인베스트먼트그룹, 사모펀드인 JC플라워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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