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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가끔씩 그리워지는 한국의 옛 모습
입력2006-07-24 16:37:40
수정
2006.07.24 16:37:40
10년 이상 한국에서 살아온 외국인이라면 가끔씩 바쁘고 복잡한 오늘의 모습과 지금은 더 이상 볼 수 없어 아쉬운 옛날의 정겨웠던 모습을 비교해보게 될 것이다.
나는 한국을 지난 71년 평화봉사단으로 와서 처음 접했다. 전국 여러 곳의 보건소를 돌며 만났던 한국의 빼어난 풍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름답다. 하지만 빠르게 진행된 산업화로 인해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속에는 내가 35년 전에 접했던 관습과 전통이 너무 많이 사라져버렸다.
소중히 여기는 추억 중 하나가 다방이다. 300원짜리 커피 한 잔이면 몇 시간이라도 편히 앉아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던 곳. 다방에서 겪었던 흥미로운 경험이 하나 있다. 한국말이 매우 서툴렀던 70년대 초반 어느 늦가을 남쪽 지방에 출장 중이었다. 잠에서 깬 나는 따뜻한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 아침 일찍 다방을 찾아 나섰다. 온 동네를 헤맨 끝에 운 좋게 문을 연 어느 다방을 찾았다. 손님이 나 혼자라서 머쓱했지만 용기를 내어 한복 차림의 마담에게 커피 한 잔 달라고 주문했더니 낯선 외국 청년의 어설픈 한국말 발음에도 마담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즉시 알아채고 잰걸음으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몇 분 뒤 그녀는 내 앞에 커피 한 잔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커피를 마시려다 나는 깜짝 놀랐다. 잔 속에 뭔가 노란 게 떠 있는 게 아닌가. 달걀 노른자위였다. 나는 필사적으로 달걀 노른자위가 안 들어간 커피를 달라고 설명했다. 한참 후에야 말귀를 알아들은 마담은 모닝커피를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듯이 희한한 표정을 지으면서 친절하게 노른자위 없는 커피를 다시 만들어 가져왔다.
한 잔으로 아침의 내 카페인 욕구를 채우기에는 잔이 너무 작았다. 한 잔을 비운 뒤 나는 한 잔 더 갖다 달라고 주문했다. 내 말을 이해하려고 잔뜩 긴장했던 마담의 얼굴이 갑자기 미소로 환해지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한국말을 제대로 알아듣게 말했나 싶어 스스로 대견스러웠는데 그것도 잠시뿐. 마담은 내가 시킨 또 한잔의 커피를 가지고 와서는 내 앞에서 그 커피를 태연하게 다 마셔버렸다. 내가 얼마나 놀랐겠는가.
오늘날까지 그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온다. 나는 가끔씩 그때 그런 한국의 모습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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