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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코리아
입력2003-09-24 00:00:00
수정
2003.09.24 00:00:00
“이곳은 살기가 너무 좋습니다. 일할 만큼만 일하면 충분히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지요. 집값 걱정도 없습니다. 한국처럼 조직생활의 경쟁에서 나오는 스트레스는 더더욱 없고요. 교육문제는 그야말로 천국입니다. 웬만한 교포 아이들은 영어ㆍ중국어는 물론 말레이시아어까지 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돼서 한국 대학의 졸업장이 필요하다면 그때 다시 한국 대학에 가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고요.”
최근 다녀온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 30대 후반의 교포를 만나 들은 말이다. 그는 특히 자기 아이들이 3개 국어를 유창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일어도 가르칠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그의 수입은 한국에 사는 중산층보다 결코 나은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요즘 `사오정` `오륙도` 같은 일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말레이시아로 올 결심을 해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사업을 하는 데도 지장이 없다고 한다. 유럽이나 미주처럼 인종차별도 거의 없고 외국기업에 대한 말레이 정부의 지원은 가히 파격적인 수준이다. 일례로 BMW라는 독일기업이 가진 자동차 시승행사에서 경찰이 20㎞ 가까운 거리를 에스코트해줄 정도다.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의 하소연이 생각났다. “주5일 근무제, 고용허가제 등으로 이제 더이상 골머리를 앓고 싶지 않습니다. 말레이시아로 공장을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노동집약 산업의 이전이 아니다. 핵심장비 등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산업들도 한국을 등지고 해외로 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날 우리가 하찮게 보았던 동남아 국가들도 이제는 한국보다 훨씬 편하게 살고 기업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제는 미국이나 캐나다ㆍ호주 등 선진국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도 이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달 한 홈쇼핑에서 캐나다 이민상품이 불티나게 팔린 적이 있다. 몇년 후면 동남아 이민상품이 등장할 것이다. 최근 중국으로 가려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10년 전에는 전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월드컵 때 캐치프레이즈였던 `꿈은 이루어진다`가 이 땅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은 것처럼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 후 가장 많이 사용한 말 중 하나가 `로드맵`이다. 한국사회 전체가 나아갈 행로를 표시할 수 있는 로드맵을 과연 언제쯤 확실히 그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강창현(산업부 차장)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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