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나라의 아파트 시장은 입지조건과 학군과 연관된 교육환경이 해당 아파트의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지난 90년대까지 아파트의 대명사는 거론할 여지없이 현대건설의 ‘현대 아파트’였고 이는 우리사회의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주택시장환경과 소비자 인식의 급속한 변화는 과거 ‘신뢰’가 가져오는 기업 브랜드 중심의 시장 특성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주거문화인‘아파트 브랜드’의 당위성은 과연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먼저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의 생활수준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은 제품이 가져다 주는 ‘기능적 속성 차원의 혜택’보다는 그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얻게되는 ‘자아표현적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추세는 주택시장에서도 예외일 수 없었다. 즉 소비자들은 그 아파트에 거주함으로써 남에게 보여지는 이미지가 입지조건이나 교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 주택시장에 브랜드를 도입하고 최고의 브랜드로 거듭난 삼성건설의‘래미안’에서 볼 수 있는 데 같은 지역내에서 브랜드에 대한 프리미엄 가격이 형성된 것은 래미안이 최초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과거 시공사의 신뢰도 보다 소비자 각 개인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함이나 상징성이 강조돼야 했고 이에 따라 주택시장의 브랜드화는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로 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에서 그 필요성을 찾을 수 있다. 자본주의와 산업사회의 급속한 발달에 따라 소비자들은 실제로 만져지거나 보여지는 현상 보다는 무형의 가상의 이미지에 집착한다. 이러한 현상은 첫번째 언급한 ‘자아표현가치’와 깊은 관련성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주택시장내의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아파트의 기능적인 장점의 구분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에서 건설업체가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브랜드 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맞물려 향후 아파트 시장에서의 브랜드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브랜드 개발 및 기존 브랜드의 재활성화 혹은 개선작업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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