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3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최후의 방어벽인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지 않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은행의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1,000억달러, 수출입은행을 통해 200억달러, 한국은행의 경쟁입찰을 통해 1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가 외환 스와프 시장에 공급한 100억달러와 수출입은행을 통한 50억달러까지 합치면 총 1,450억달러이다. 이는 지난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 2,396억7,000만달러의 60%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외환보유액이 지원액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1,000억달러 지급보증의 경우 외환보유액이 당장 나가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은행들 대신 동시에 갚아야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차입의 만기가 은행별로 다른데다 대손율도 매우 낮아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정부의 대지급은 1,000억달러의 10%인 100억달러 이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출입은행을 통해 공급한 달러와 한은의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은행으로 들어가는 달러 역시 만기가 1~3개월로 해당 기간만 달러가 나갔다 되돌아오는 구조여서 결과적으로 외환보유액의 변동은 없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환보유액을 ‘일시’ 사용하는 게 전체적으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며 여러 상황을 감안해도 이 정도의 보유액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현재 은행권의 외화 유동성 경색이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증폭되고 있어 정부 조치가 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환보유액 규모가 국제통화기금(IMF) 권고 적정치보다 1,000억달러가량 많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외환보유액 감소 논란으로 금융시장의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우려 요인이다. 이 때문에 외환보유액의 급격한 감소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 및 은행권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방지 대책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무런 대가 없이 은행에 이득을 주면 안 된다”며 “가격에 일종의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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