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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6월 3일] 쏠림현상을 경계하자

이미영(건국대 교수·경영정보학)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로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지만 이것은 비단 특정 정치체제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원리가 아니다. 자연현상, 사회구성과 운영, 개개인 간의 삶, 경제현상, 환경과 생태계 등 삼라만상 어디에 내놓아도 다 적용되는 귀중한 가치이다. 서양에서 견제와 균형을 민주주의 체제의 기본원리로 강조하기 훨씬 이전부터 동양에서는 이미 이 원리를 체득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었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상생과 상극의 조화, 중용의 원리 등이 바로 견제와 균형의 소중함을 갈파한 것과 다름없다. 이를 테면 중용이라는 것은 그냥 중간 값이라거나 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회색지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든, 정치체제든 과함을 억제(견제)하고 모자라는 것을 보충(조력)해주면서 발전해나가는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유형무형 부작용·폐해 일으켜
견제와 균형 원리의 대척점에는 “쏠림현상”이 있다. 권력이 특정인에게 쏠린다거나, 환경보다는 개발에 치우친다거나, 국민 다수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특정 계층만 수혜를 받는 정책을 편다거나… 등등 이런 것들이 다 쏠림현상이다. 또한 개인적인 수준에서 보면 골고루 먹지 않고 편식한다거나, 가정은 팽개친 채 직장생활 혹은 사회생활에만 몰두한다거나 하는 것도 모두 쏠림현상과 다름없다. 쏠림현상은 균형을 파괴하고 궁극적으로 삼라만상의 조화를 어지럽혀 유형무형의 부작용과 폐해를 산출한다.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는 미증유의 경제위기도 결국 시장만능주의에의 쏠림현상에서 비롯됐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파괴 문제도 개발에만 지나치게 힘을 쏟아온 후유증에 불과하다. 쏠림현상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널리 인재를 구하지 아니하고 특정 지역, 특정 학맥 또는 특정한 인연에 지나치게 편중된 현 정부의 인사,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법의 정의를 세우기보다는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과거 정권 인사에 대한 과도한 검찰권 행사, 많은 봉급과 좋은 복리혜택을 누리면서도 나라야, 회사야 어찌되든 오로지 더 많은 봉급, 더 좋은 복리혜택을 얻어내는 데만 몰두하는 과잉 노조활동 등은 바로 균형과 조화의 원리를 벗어난 쏠림현상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쏠림현상은 어떻게 막아야 할까. 그것은 바로 모든 사회세력들 간, 또 사회세력들 내에서 건강한 상호 견제 시스템을 갖추는 데 있다. 비단 국가권력을 구성하는 국회ㆍ정부ㆍ법원 간의 삼권분립뿐 아니라 국가와 시민 사회 간, 계층 간, 세대 간, 시장과 공공 부문 간, 지역 간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한 각 시스템 내 또는 조직 내에서도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일방이 독주하거나 전횡이 가능하도록 견제 시스템을 미리 내장(built-in)해놓지 않을 때 그 결과는 종종 파멸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발생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장애인 복지지원금 횡령사건만 해도 그렇다. 담당자 한 사람에게 지원자 선정, 예산신청, 지원금 지급 등 모든 행위를 다할 수 있게 하고 아무런 견제ㆍ감시 시스템을 두지 아니한 결과 결국 수십억대에 이르는 횡령을 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주었다. 견제·균형 시스템 구축해야
그러면 지난해 있었던 소고기 파동, 미네르바 구속사건의 빌미가 됐던 경제에 대한 불안감 등 국민의 정서와 결부된 사회문화적 쏠림현상은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한 깔끔한 해결책은 없다. 결국 그 사회의 성숙도가 문제다. 그러나 사회를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느냐 아니면 비이성적인 쏠림으로 나아가게 하느냐 하는 것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결국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때 정부는 균형추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그 반대의 경우 오히려 쏠림현상을 부추긴다. 요즘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뜨거운 추모열기는 결국 그 이면에 편향된 검찰수사, 나아가 현정부 국정운영의 쏠림에 대한 국민의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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