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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M&A에 '상생철학' 을 심어라
입력2006-07-02 16:41:35
수정
2006.07.02 16:41:35
전세계적으로 기업들과 금융시장에 자금이 넘쳐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열풍이 불고 있다. 소버린의 ㈜SK 경영권 위협, 아이칸의 KT&G 공격과 같이 외국 자본의 국내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가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 들어서는 현대그룹에서와 같이 국내 기업간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활발하다.
흥미로운 점은 외국 자본의 경우는 이를 추진하는 것이 매우 공개적이고 공격적인 데 비해 국내 기업들은 아주 은밀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진행한다는 데 있다.
무차별 M&A는 기업가치 파괴
부실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과 신규 투자를 통해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M&A 전략은 기업 성장은 물론 국가 경제 발전에도 매우 유용한 경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단기적 투기자금을 무기로 경영에 문제가 없는 건실한 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여 장기적 발전 기반을 희생하고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무차별적인 적대적 M&A에 있다.
우리는 이미 론스타를 비롯한 거대 외국 기업들의 이 같은 M&A의 피해로 온 국민적 정서에 치유하기 어려운 ‘먹튀식 증오’의 한계에 이르렀고 이제야말로 공정한 M&A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할 것이다.
적대적 M&A 문제는 단순히 경영권의 변경이 아니라 단기적 시세 차익을 노린 기회주의적 기업 운영으로 인수 기업의 가치를 오히려 파괴할 뿐만 아니라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 있다. 적대적 M&A는 이를 시도하거나 방어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재력 경쟁’의 과정을 통해 대상 기업의 주가를 올리게 되고 공격자와 방어자 누구든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게 한다.
과도한 경영권 인수 비용은 결국 회사 재원의 손실을 가져오고 단기적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장기 투자 개발의 제한과 핵심 자산의 매각 등으로 M&A 이후에는 오히려 기업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인수 부담을 견디지 못해 피인수 기업이나 인수 모기업 모두가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기업들간 생사를 건 돈의 전쟁은 국가 경제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가로막는다. 신규 사업 부문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적 투자 재원이 경영권 확장과 방어를 위한 소모적 자원으로 전환되는 까닭이다. 더욱이 과도한 비용이 투입된 적대적 M&A는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대량 해고가 불가피해지므로 신규 고용 창출은 고사하고 기존 인력의 생업마저 박탈하게 된다.
적대적 M&A는 막대한 국부 유출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경영권을 확보하려고 외국 자본이 소유한 주식을 획득하려는 과정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제공할 경우에 국내 근로자들이 피땀 흘려 얻은 국내 자본이 외국으로 대량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적대적 M&A는 무엇보다 공정거래질서를 심각하게 위배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먼저 동일 업종의 경우에는 독과점을 형성할 수 있고, 관련 업종간에는 내부 거래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전혀 다른 업종의 경우, 심각한 시행착오의 비용과 이에 따른 재매각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폭탄돌리기식 거품의 양산이 문제가 된다.
상생 위한 국민적 합의 필요
특히 전략적 지분 확보로 특정인이 다수 기업을 무리하게 지배하는 것이 가능해짐으로써 그 동안 외환위기의 주범으로까지 간주됐던 소자본 출자에 의한 다수 기업 소유라는 ‘선단 경영’의 폐해를 다시금 심화시킬 우려를 높여준다. 앞으로 출총제가 폐지될 경우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시장의 개방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건전한 국내 기업 경영권에 대한 침탈 시도는 더욱 가열될 것이다. 그러나 황금주와 같이 기존의 무능한 경영진에 대한 무조건적인 보호 역시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제로섬 게임 방식의 잘못된 적대적 M&A의 틀에서 벗어나 상생 공존의 틀을 만들어가기 위한 국민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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