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디즈니의 '겨울왕국'이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대박을 터뜨린 것이 국내 애니메이션업계에 도움을 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대창 얼리버드픽쳐스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 할리우드 '겨울왕국'으로 극장 관객들이 몰리면서 그외 다른 애니메이션은 자리(스크린) 확보가 어려워졌다"며 " '겨울왕국'의 성공으로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 붐이 일지 않겠느냐는 일부의 목소리는 국내 현실을 잘 모르는 소리"라고 말했다.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의 부진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내 애니메이션은 그나마 극장용이 아닌 TV용으로 성장해왔다. TV에서는 어느정도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영화산업으로서의 극장에서의 승부는 번번히 실패했다. 제작 외에 더많은 신경을 써야하는 유통과 마케팅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작품성이 뛰어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놓고도 개봉극장을 잡지 못한 것이 부지기수다. 기본적으로 기획력이 부족한 탓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메이저 해외업체의 하청구조에 매몰돼 있던 상황에서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이지 못한 이유도 있다. 영화분야 같은 '대박' 작품이 나오지 않고 그저그런 흥행이 지속되면서 그나마 길러진 전문인력이 게임 같은 다른 산업으로 유출되기고 했다.
제도적으로는 일반 영화와는 다른 애니메이션 산업에 맞는 지원시스템이 미약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애니메이션은 초기제작비와 제작기간이 영화보다 훨씬 길다. 하지만 이들 초기제작과정에 대한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용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으면서 투자자의 인식이 약한 것도 이유다.
김대창 대표는 "한국적 현실에서 단박에 1,000만 관객 작품을 꿈꾸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있다"며 "100만~200만 정도의 작품이 꾸준히 나오고 적당한 토대가 쌓인 후에야 더 높은 곳을 내다볼 수 있는 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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