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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은 멋쟁이 영국 스파이 ‘007 제임스 본드’를 만들어낸 작가 이안 플레밍(사진)의 출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매력적이면서도 탄탄한 체구를 지닌 냉정한 킬러 본드는 플레밍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2차 대전 때 영국 해군정보부 요원으로 활약한 플레밍은 본드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냈다. 플레밍은 술과 담배(하루 80개비를 태웠다)와 여자를 좋아했는데 본드도 이 세 가지를 무척 즐기는 스파이다. 상류사회 자제였던 플레밍은 명문 이튼과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에서 모두 퇴학을 당했는데 그 까닭은 여자 때문이었다고 한다. 플레밍은 외무고시에 떨어진 뒤 모스크바 주재 로이터통신 기자로 일했으며, 후에 주식중개인으로 큰돈을 벌었다. 1938년 그는 다시 저널리스트가 됐으나 당시 자신의 스파이 신분을 위장하는 한 수단이었다. 2차 대전 직전 영국 해군의 첩보부장 부관으로 발탁된 플레밍은 지휘관의 자리에까지 올라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특공대를 관리했다. 플레밍은 재직 때 귀신같은 스파이 작전을 고안해 냈는데 당시 지휘관이었던 멋쟁이 패트릭 달젤-조브로부터 제임스 본드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플레밍의 첫 본드 소설은 2006년 제6대 본드인 대니얼 크레이그가 주연한 영화 ‘카지노 로열’의 원전인 동명소설. 플레밍은 총 12편의 소설과 2편의 단편소설 모음집 등 전체 본드소설을 자메이카의 자신의 별장 ‘골든아이’에서 썼다. 제임스 본드는 영화로 세상과 친해졌다. 숀 코넬리가 나온 시리즈 제1편 ‘닥터 노’에서부터 오는 11월7일에 개봉될 ‘위로의 양’에 이르기까지 본드 역을 맡은 배우는 모두 6명. 역대 본드 중 가장 멋있는 배우는 코넬리인데 ‘카지노 로열’로 본드로 데뷔한 크레이그가 코넬리와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레밍의 출생 100주년을 맞아 세바스찬 폴크스가 쓴 소설 ‘데블 메이 케어 (Devil May Care)’가 나왔다. 플레밍 유족의 허락 하에 집필됐는데 본드가 1960년대 서방세계를 헤로인으로 수장시키려는 동유럽의 음모를 분쇄한다는 내용. 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영화 ‘플레밍’을 제작하고 주연도 할 예정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영화는 플레밍의 로이터통신 기자 시절과 해군 정보부 지휘관 시절을 다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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