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재확인한 투 트랙의 골자는 '도발에는 단호하게 응징하되 대화와 협력의 문은 열어둔다'는 것.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 제의가 다양한 각도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투 트랙의 한 축인 대화가 긴장 속에서도 모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긴장은 긴장대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화 가능성도 서로 배제하지 않는 기묘한 상황인 '한반도 패러독스'의 귀결점은 어디일까.
당장은 '강 대 강' 대결에 방점이 찍혀져 있는 분위기다. 우리 측은 북측의 김양건이 '사태 수습을 위한 출구 모색'을 제의한 전통문을 가볍게 내쳤다. 연속되는 도발에 밀릴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셈이나 언제까지 이런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 군의 20일 대응사격에 북한군의 시설과 인명 피해가 없는 지역을 고른 흔적이 엿보인다는 점은 보복하되 확전은 피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언젠가는 대화 분위기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기는 점치기 어렵지만 최소한 중국 전승절 행사 직전까지는 흐름의 변화가 예상된다.
북한이 국제사회 여론에 호소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 측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에 대한 스모킹 건(뚜렷한 증거)이 없는 게 걸린다. 20일 포격전에서 우리 군의 대응사격 규모가 수십 배라는 점도 북측이 외교전에서는 대칭성이라는 무기로 써먹을 수 있는 도구다. 북측이 한편으로는 48시간 이내에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수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나선다는 위협을 가하는 동 시간대에 '사태 수습을 위한 대화'를 제의한 이유도 국제무대에서 외교전을 미리 의식한 명분 축적용으로 볼 수 있다. 우리로서는 강 대 강의 대결 양상에서 밀리지 않는 동시에 국제 외교무대에서 총성 없는 싸움에도 대비해야 하는 과제가 떨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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