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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6월 27일] 럭셔리 가격인가, 럭셔리 제품인가
입력2009-06-26 18:18:57
수정
2009.06.26 18:18:57
기자가 최근 만난 샤넬의 홍보담당자는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것, 그것이 샤넬의 홍보전략이다”라고 밝혔다. 일명 속물(snob)효과 혹은 백로효과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남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제품에 열광한다는 것으로 즉, ‘우아한 백로’를 꿈꾸는 것을 빗댄 말이다. 공급자는 이러한 허영심을 자극하기 위해 더욱 비싸게 가격을 책정하지만 수요는 오히려 급증하고 매출은 껑충 뛴다.
대부분의 패션ㆍ뷰티 브랜드들이 고가 정책을 택하고 있는 이유다. 속물효과에 따르면 비싼 가격은 제품의 럭셔리 이미지와 브랜드 충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자사 최고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Amore Pacific)’의 가격을 인상한 것도 이런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 제품은 가격 인상 뒤 주요 백화점에서 일반 화장품보다 높은 판매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스파(SPA) 브랜드인 ‘자라(ZARA)’는 국내에서 유럽 현지 가격보다 최고 70%나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만 평균 200평 이상의 매장 10곳이 새로 오픈될 예정일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샤넬ㆍ루이뷔통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명품은 국내서 환율을 핑계로 주요 제품 가격을 일년 새 평균 100만원 이상 올렸지만 여전히 품절 사태다. 높은 가격대가 제품의 품질 개선 등과는 관계없이 ‘럭셔리’ 이미지만 높이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환율이 하락해도 가격을 조정하지 않는 이유도 럭셔리 이미지가 손상될까 우려해서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명품이 진정 명품인 이유는 장인 정신 때문이다. ‘에르메스’는 장인 한명이 32시간 동안 작업해서 가방 한 개를 만든다고 한다. 자동차 명품 ‘벤츠 마이바흐’는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국내서 시판 중인 많은 명품 및 패션ㆍ뷰티 브랜드들은 대개 이러한 장인정신을 잃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제품의 질적인 향상 없이 가격만 올리는 것은 거품이다. 거품은 불황에 쉽사리 빠지기 마련이다. 거품을 좇을 것인가. 명품을 좇을 것인가. 이들 브랜드 제품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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