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이 되면 우리에게 들려오는 걱정스러운 소식이 있다. 1인당 쌀 소비량 감소 말이다.
지난해 양곡연도 1인당 쌀 소비량은 전년 대비 3.7% 줄어든 67.2㎏을 기록했다. 식습관의 서구화가 원인인데 국민들은 "올해 또 줄었구나" "정말 밥을 안 먹나 보다" 정도로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옛 선조들은 연간 1석(144㎏)을 먹으면서 건강하게 살았다. 이른바 밥심이다.
하지만 1970년 136.4㎏였던 쌀 소비량은 2013년에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젠 밥심이 아닌 술심으로 산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밥심을 잃고 술심에 의지하면 성인병이나 비만 같은 국민 건강의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다.
가끔 쌀이 비만과 당뇨를 일으킨다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안타까울 때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보다 2배 이상 쌀을 먹었던 우리 선조들은 비만과 당뇨로 고생하는 분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야 했을 것이다.
올해 쌀의 관세화 유예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해를 맞아 농협은 2020년까지 가공용을 포함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을 70㎏ 이상으로 유지하자는 취지의 범국민운동을 벌인다. '2070프로젝트'다.
그동안 정부는 아침밥 먹기, 가공쌀 소비 확대 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고 농협도 백설기데이(3·14), 가래떡데이(11·11), 쌀박물관 개설, 다양한 쌀 가공제품 개발 등 여러 가지 소비 촉진활동을 전개해왔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고 농협의 노력도 힘겨워 보인다. 이제 국민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
쌀 소비 확대는 국내 농업기반을 지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식량안보를 확보해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농업인이 품질 좋은 쌀을 만들기 위해 땀과 정성을 쏟았다면 이제 소비자가 우리 쌀 소비를 위해 정성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쌀 소비 촉진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몇 가지만 실천해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아침밥 챙겨 먹기, 수입 밀가루보다 쌀가루 이용하기, 기쁜 날 축하선물로 떡케이크와 쌀 화환을 이용하기, 가공식품과 간편식도 쌀로 만든 제품 구입하기 등이다.
생산자는 밥맛 좋은 쌀 생산을 위해, 소비자는 우리 쌀 소비 확대를 위해 지혜와 힘을 모으는 상생협력(win-win)이 필요할 때다. "Have a Rice day"가 울려 퍼지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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