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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 노동절의 두 얼굴
입력2006-05-09 16:45:10
수정
2006.05.09 16:45:10
[특파원 칼럼] 중국 노동절의 두 얼굴
고진갑 go@sed.co.kr
중국에서 양극화가 큰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인식해 양극화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틈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 노동절 연휴(1~7일) 표정에서 중국 사회의 고민을 잘 읽을 수 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7일 베이징 시내에 있는 베이하이(北海)공원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자금성과 톈안먼(天安門) 등 주요 관광코스도 가족단위 유람객과 지방에서 올라온 단체 관광객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주요 백화점 및 쇼핑센터에도 노동절 특별할인판매 물품을 사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베이징시는 이번 연휴 기간에 유료공원을 찾는 시민들만 448만명에 달하고, 유통업체 매출이 평상시에 비해 50%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베이징의 건설노동현장에는 수많은 민공(民工ㆍ시골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민공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쇼핑센터를 찾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긴 한숨을 몰아 쉴 수 밖에 없었다. 지난 춘지에(春節·설) 때 집에 다녀왔지만, 260여일을 더 기다려야 다시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같은 날 벌어진 사뭇 다른 두 장면은 중국의 '빛과 그림자'로 나타나고 있다. 연휴를 즐기는 것은 고속성장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중국의 윤택한 변화상이자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한 달에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임금에도 기꺼이 몸을 던져 일하는 민공의 삶이다.
일자리를 찾아 이농(離農)한 그들은 현재 수천만 명에 달한다. 그들은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도 인간이다. 많이 벌지는 못해도 남들이 쉴 때는 함께 쉬고 싶고, 가족과 나들이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월급을 보증금으로 맡아두고 반강제로 일하게 하는 고용주의 횡포 앞에서는 그들의 쉴 권리는 무참히 빼앗길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거의 없다.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이 '노동절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숨은 주역인 민공이 흘린 고귀한 땀의 의미를 되새길 줄 모르는 중국을 보면서 진정한 경제강국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입력시간 : 2006/05/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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