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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을 나서 5분 정도 걸어가면 2,550가구 규모의 양천구 목동7단지 아파트가 나타난다. 이곳은 지하철역이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목동 중심상업지역과 가깝고 학군도 좋아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중에서도 가장 비싼 시세를 자랑한다. 15일 오후 7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그러나 8ㆍ29 부동산대책의 최대 수혜지 중 하나라는 분석이 무색할 정도로 찾는 이 없이 한산했다. B공인의 한 관계자는 "전세 수요는 꾸준히 유입되고 있지만 매매 문의는 여전히 드물다"며 "추석 이후가 매매 활성화 여부를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입지ㆍ주거환경ㆍ학군 '3박자'=목동은 강남구 대치동, 노원구 중계동 등과 더불어 서울의 3대 학군으로 꼽히는 곳이다. '사교육 벨트'를 형성할 정도로 유명 학원들이 밀집해 있다. 이 때문에 봄ㆍ가을 이사철이 되면 학군 수요로 전셋값이 치솟고 이에 따라 매매가도 오르는 '집값 상승 공식'이 적용돼왔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셋값은 꾸준히 오르는데 매매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목동8단지 66㎡형의 전셋값은 1억7,000만~1억8,000만원선으로 올초와 비교해 1,000만~2,000만원가량 올랐지만 같은 주택형의 매도 호가는 3억9,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2006년 말 최고 5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4년여 만에 집값이 1억6,000만원이나 떨어진 셈이다. 신정동 D공인의 한 관계자는 "전세를 안고 투자하기에는 어느 때보다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면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매 거래도 점차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건축 연한 완화가 가장 큰 변수=목동이 부동산시장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1980년대 말 입주한 이곳 아파트들의 재건축 가능 연한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재건축 연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서울시는 재건축 연한을 현행 40년에서 30년으로 줄여달라는 시의회의 요구에 대응해 현재 샘플 단지를 선정, 재건축 연한 완화와 폭 등을 연구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재건축 연한을 줄이는 쪽으로 결론이 나온다면 목동 아파트 가격 상승에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밖에 없다. 양천구청 역시 이에 발맞춰 신시가지 1~14단지에 대한 '재건축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이 마스터플랜에는 용적률과 단지 배치계획, 기반시설 설치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양천구의 한 관계자는 "내년 말쯤 용역이 완료되면 재건축에 대한 자세한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상복합 3파전 승자는=목동에서는 신시가지 단지와 더불어 5호선 오목교역 인근 주상복합단지도 주요 투자대상 중 하나다. 원래는 2003년 입주한 '하이페리온Ⅰ'이 가장 유명했으나 최근에는 지난해 입주한 '목동트라팰리스'가 그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가격만 놓고 보면 트라팰리스가 하이페리온Ⅰ을 이미 앞질렀다. 트라팰리스 181㎡형의 매도 호가가 17억5,000만원선인 반면 하이페리온Ⅰ 185㎡형은 13억5,000만원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하이페리온Ⅰ의 경우 지하철역과의 접근성은 가장 우수하지만 조경시설이 부족하고 내부 평면에 대한 불만이 많은 편이다. 또 다른 주상복합인 '하이페리온Ⅱ'는 오피스텔인데다 목운초등학교 학군에서도 벗어나 있어 가격이 낮다. 목동 E공인의 한 관계자는 "가격은 트라팰리스가 가장 비싸지만 하이페리온Ⅰ은 목동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이 있다"며 "또 트라팰리스 지하에는 E마트가 입점해 있어 이를 도리어 꺼리는 수요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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