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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원과 새우깡
입력2007-09-19 16:43:38
수정
2007.09.19 16:43:38
김홍길 기자
‘손이 가요, 손이 가…누구든지 즐겨요~, 00 새우깡.’
귀에 익숙한 모식품 회사의 새우깡 CM송이다. 20년 전에 나온 새우깡은 지금까지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에게 편안한(가격도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어) 과자다.
그런 면에서 법원도 새우깡과 비슷하다. 최후의 인권보루를 자처하는 법원으로서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마지막의 편안한 곳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다.
법원이 학력위조 파문의 주인공인 신정아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대해 말들이 많다. 법원의 설명대로라면 신씨는 초범인데다 판단할 수 있는 기록이 없는 혐의를 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는 할 수 없어 분명 기각하는 것이 마땅하다.
영장을 기각한 김모 판사는 “신씨가 유명인이 아니고 사건이 일반적인 사건이라면 과연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었겠느냐”고도 했다.
미국으로 출국한 것도 사건 혐의 때문에 도주한 게 아니고 신씨가 자진 귀국해 조사에 응했기 때문에 구속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법원의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신씨 사건의 본질은 단순 사문서 위조를 뛰어 넘어 정ㆍ관ㆍ재계 유력 인사들의 비호ㆍ은폐ㆍ청탁 등의 흔적이 있는 ‘국민적 의혹’ 사건이다. 때문에 신씨의 증거인멸 우려도 크다는 점이다.
법원이 피의자의 구속요건이 적절한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피의자의 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신씨 사례처럼 수사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내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히려 ‘법원이 죄 지은 사람에게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 주는 구나’하는 오해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신씨의 영장기각으로 법원은 자의든 타의든 돈이 많아(신씨는 개인회생절차를 밟고 있지만 주식투자자금으로만 5억원이 있다) 좋은 변호사만 쓰면 어떤 피의자도 불구속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꼴이 돼 버렸다.
법원은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할 곳이 없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돼야지 모든 피의자들이 즐겁게 찾는 법원이라면 새우깡만도 못하게 된다.
새우깡은 먹으면 고소함이라도 주지만 ‘새우깡만도 못한 법원’은 존재의미가 없다. 우연이겠지만 신씨는 영장이 기각된 후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가장 먼저 “새우깡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신씨에게 법원이 새우깡만큼 ‘즐겨 찾는’ 존재로 비춰진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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