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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규제완화, 규제기구 축소부터

새롭게 집권하게 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라고 한다. 규제 완화를 정책 기조로 삼은 배경에는 시장경제를 선호하는 보수정파라는 점과 지난 10여년의 민주화 세력 집권기간 동안 과도하게 커진 정부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고 생각된다. 마찬가지로 디지털화로 가속화하고 있는 방송ㆍ통신 영역에서도 규제 완화가 기조인 것만은 분명하다. 지금 방송ㆍ통신 영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규제 완화는 주로 시장 진입 완화와 지나친 사회적 규제의 철폐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신문ㆍ방송 겸영, 인터넷TV(IPTV)와 같은 통신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입 등이 그 예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이러한 규제 대상에 대한 시장원리 도입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지나치게 비대해져 사업자들에 대한 과잉 간섭으로 작동하고 있는 정부 규제 틀을 축소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첩된 규제기관들이 존재하는 한 시장 진입 장벽은 완화될 수 없고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70년대 초 미국에서 처음 규제 완화(deregulation) 논의가 시작된 것은 급증한 정부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정부기구를 축소하면서이다. 그러면서 자연히 ‘작은 정부의 고효율성’을 기대하는 정책 기조가 생겼고 그것이 바로 규제 완화인 것이다. 한마디로 과대 성장국가나 복지국가의 반작용으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그 후 레이건 정부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시장경쟁을 촉진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장 영역 모두를 효율적으로 규제할 수 없는 정부 입장에서는 시장작동원리를 보호하는 수준의 소극적 정책 개입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인수위원회에서는 다른 정책 현안들보다 방송ㆍ통신융합기구를 우선 발족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어쩌면 규제 영역에서의 규제 완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구 통합계획이 기대처럼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 이유는 지금까지 무려 5년 넘게 진행돼왔던 방송통신융합기구 논의가 기구 통합을 통한 규제 체계 효율성 제고가 아니라 기존 기구들의 영역다툼으로 점철돼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러한 배경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 정부가 합리적인 규제기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른 이유는 새 당선인을 둘러싼 너무나 많은 전문 인사들이다. 실제로 과거 집권 과정에서 도움이 됐던 인물들에 대한 ‘보은성 인사’가 문제되지 않았던 적이 없다. 심지어 현 정부는 정권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그러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더구나 참여정부는 방송을 비롯한 모든 문화 관련 분야에 이른바 ‘위원회 형식’으로 너무나 많은 자리를 양산해놓았다. 당선인을 비롯한 새 정부가 집권 과정에서 형성된 인사들에 대한 배려와 정부기구 개편 과정에서 이른바 ‘자리’를 염두에 둔다면 결코 정부 영역에서의 규제 완화가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10년 만에 되찾은 보수정권이라는 점에서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가 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규제 완화와 시장경쟁 메커니즘은 법적 장벽만 완화했다고 해서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과잉 규제를 창출해내는 정부 구조를 대폭 합리화하는 데서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특히 방송·통신 영역과 관련해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가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규제 대상의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 주체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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