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모든 주택에 인터넷 설비가 적용되듯 20년 후에는 사물인터넷(IoT) 설비가 기본으로 도입될지 모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엄청난 변화지만 산업적 효과는 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최근 미국 팔로알토의 사무실에서 만난 알렉스 블랜터 AT커니 파트너는 1시간30분여의 인터뷰 시간 내내 IoT를 통해 달라질 미래를 명쾌하게 짚어냈다. 자신의 말이 예언처럼 실현될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은 아니다. IoT와 정보통신기술(ICT)이 세계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그 잠재력이 얼마나 무한한지 짚기 위해서다. 그는 오는 27일 개막할 2015 서울포럼에 ICT&IoT 세션 연사로 참석할 예정이다.
블랜터 파트너는 IoT의 산업적 가치가 소비자 측면에서의 가치보다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이 산업혁명 시기 못지않게 혁신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블랜터 파트너는 이 과정에서 삼성과 구글·애플을 포함한 현재의 ICT 대기업들이 경쟁하겠지만 직접 부딪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경제신문은 IoT의 흐름과 전망, 소비자·기업·정부의 대응 방향까지 IoT를 둘러싼 전방위적인 질문을 던졌다.
IoT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블랜터 파트너의 분석이다.
그는 "산업혁명이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혁명이었다면 IoT는 오프라인에서 수집한 정보를 디지털로 조합·처리한 후 다시 오프라인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의 근본적인 디지털 혁명"이라며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블랜터 파트너는 특히 IoT의 산업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공장이나 정유 플랜트, 글로벌 자산관리 시스템에서 다량의 정보를 수집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IoT는 모든 분야에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예를 들어 원격진료서비스는 처음에 비용 문제 때문에 중환자실이나 VIP 병실에서 활용되겠지만 차차 일반 병실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년 후에는 모든 주택에 IoT가 '빌트인'으로 적용되고 향후 전 세계 경제의 6%가량을 IoT가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게 블랜터 파트너의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가치와 수익 창출이 가장 많을 것으로 지목되는 세부 분야는 센서나 기기보다도 '서비스'다.
그는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예로 들며 "센서로 돈을 버는 회사도 있겠지만 가장 수익화가 빠르고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는 서비스일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산업 분야의 IoT 서비스 중에서는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가 모범적인 사례로 언급됐다. 네스트는 애초에 각 가정의 전기사용량을 최적화하는 용도로 출시됐지만 이후 산업용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구글에 인수됐다.
블랜터 파트너는 이 같은 IoT 혁신 과정에서 기술표준화 작업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 AT&T, 인텔, 시스코, IBM 등이 연합해 만든 '인더스트리얼인터넷컨소시움(IIC)'이 대표적이다. 블랙터 파트너는 "IoT와 관련해 단 하나의 표준이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기술표준이 2~3개로 좁혀지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IoT 제품, 서비스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많은 기업이 IoT 시장을 겨냥해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거대 ICT 기업들인 삼성과 구글·애플에 대한 평가도 궁금했다. 이에 대해 묻자 블랜터 파트너는 "각자의 영역이 조금씩 다르다"고 분석했다. 삼성의 경우 다양한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내세우고 있다. 구글은 기기가 아니라 정보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예를 들어 IoT 기기를 만들기보다는 그 사이에서 오가는 정보를 최대한 뽑아내는 데 집중한다. 애플은 개인이 사용하는 기기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각자 전략이 다른 만큼 서로 직접 경쟁하거나 부딪히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블랜터 파트너는 "LG도 포괄적으로 IoT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버의 경우 각국 정부의 규제로 몸살을 앓았다. 이처럼 신산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가 어떻게 적용돼야 하는지 묻자 블랜터 파트너는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산업계, 소비자들 사이에 끼어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IoT처럼 새로운 분야에 어떤 규제를 적용할지 고민하기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 산업이 어떤 가치를 가져올 수 있을지를 내다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신산업이 성장할 공간을 마련해주면서 규제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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