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원유 현물거래 및 저장 사업에서 철수한다. 규제는 느는 반면 돈벌이는 예전 같지 않은 원자재 시장에서 글로벌 IB들이 발을 빼는 추세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미국 원자재중계 업체 캐슬턴커머디티인터내셔널에 원유거래 및 저장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거래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인수가격은 10억~1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3년간 이번을 포함해 세 차례에 걸쳐 원유 관련 사업부 처분을 시도했다. 앞서 협상 파트너였던 카타르국부펀드와는 거래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구권의 대러시아 제재 여파로 무산됐다. 이번에 모건스탠리 원유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한 캐슬턴은 지난 2012년 헤지펀드 투자자인 글렌 더빈, 폴 튜더 존스 등이 설립한 회사로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호주계 IB인 맥쿼리 등을 제치고 최종 인수자로 낙점됐다.
1980년대부터 30년 넘게 유지돼온 모건스탠리 원유사업부는 하루 200만배럴, 글로벌 전체 수요의 2%에 상당하는 원유 거래를 담당하며 이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해왔다. 경쟁사인 골드만삭스와 함께 '월가의 정유사'로 불릴 정도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 하락으로 이 부분에서의 수익성이 급감한데다 금융당국의 규제 압력도 갈수록 커지면서 관련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IB들의 원자재 시장 개입이 전체 금융거래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지적하고 있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상업은행의 원자재 거래를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강화하는 추세다.
이 같은 환경에서 글로벌 IB들은 최근 원자재 시장에서 잇따라 손을 떼고 있고 모건스탠리의 이번 매각은 "원자재 현물거래에 월가가 끼어드는 것과 관련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격"이라고 FT는 전했다. 2013년 말 도이체방크는 원자재 사업 대부분을 정리하기로 했고 지난해 말 JP모건은 스위스 에너지 업체 머큐리아에 원자재거래사업부를 35억달러를 받고 팔아치웠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알루미늄 보관 사업을 접은 데 이어 최근에는 콜롬비아 석탄광산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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