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곡물공급 부족과 가격급등 현상이 기상조건에 따라 생기고 사라지는 일과성이 아니라 꾸준히 만성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12일 '농업전망 2012~2021' 보고서를 통해 "국제곡물 가격 상승세는 2021년까지 향후 10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는 앞으로 10년간 전세계 농업생산량 증가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바이오연료용 곡물수요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과거 수십년간 2% 이상을 기록한 농업생산량 증가율이 앞으로 10년간은 1.7%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자원 고갈, 이상기후, 농지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반면 곡물 수요는 미국과 브라질 정부 등이 바이오연료 사용을 강제함으로써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21년이 되면 전체 사탕수수 생산량의 34%, 대두 등 식물성 기름의 16%, 옥수수의 14%가 식량이 아닌 바이오연료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적인 곡물수급 불안은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큰 과제를 던져준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10년 현재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6.7%에 불과하다. 쌀만 100%를 넘을 뿐 콩 8.7%, 옥수수와 밀은 각각 0.8%이다.
국제곡물시장은 과점구조다. 주요 곡물수출국이 5~6개국 정도이고 그마저 국제시장을 몇 개의 메이저 업체들이 장악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협상력은 지극히 취약하다. 우리나라의 곡물수입은 미국ㆍ중국ㆍ호주ㆍ브라질ㆍ아르헨티나ㆍ캐나다에 집중돼 있다. 그마저 73%를 곡물 메이저를 통해 들여온다.
국제곡물시장에서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일찍 닥칠 수 있다. 식량안보 문제를 심각하게 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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