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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4월 18일] 식품안전 대책 현실에 맞게

조재선(경희대 명예교수·생명과학)

그동안 멜라민 파동이 온 세계 식품업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식품위해 파동은 그 분노와 배신감 등에 소모되는 소비자의 에너지손실, 산업체의 존폐를 가져오는 막대한 대비책 등 수많은 비용을 치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식품의 안전은 조금씩 발전되어 가고 있다. 무엇 하나 안심하고 먹을 수 없다고 한탄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여론에 휘둘려 춤추는 규제
수없는 식품안전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위해사고 또한 끊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가공을 하지 않고 가정에서 조리하여 먹던 자연식 시대에서 여러 가지 사회여건에 부응하려고 집단으로 급식하며 소비자들의 간편성이나 기호성을 충족하고 저장성을 부여하는 가공식품의 시대로 변천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값싸고 안전한 식품을 찾는데 제조업자는 값이 싸면서 안전한 식품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소비자와 생산자는 비교적 안전한 식품의 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비교적이라는 타협점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즉 소비자는 안전성이 보장된 식품을 주문하면서 값을 싸게 공급하기를 바라는데 위생처리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면 공급할 수 없는 것이 기업이다. 이것을 계도하고 조정해야하는 것이 정부당국의 역할이다. 어느 식품이나 원료도 위생적으로 100% 안전한 것은 없다. 설령 이로운 것이라도 너무 많이 먹으면 해로울 수 있는 것이 식품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 식품이나 원료가 이로운지 해로운지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따지기를 좋아한다. 이로울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은 수용하려 들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소비자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해로운 수준이 어느 정도이냐가 문제가 되는데 그 기준의 설정이 어렵고 그 기준을 초과하면 중대한 독성을 일으킨다고 발표해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공포심마저 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의 매연이나 담배의 해로움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은 그대로 수용하고 정부에서도 관대하게 규제하고 있다. 식품은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엄격히 규제한다지만 자동차의 매연 또한 일상의 도시민에게는 그 이상의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식품의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세계의 어느 나라 학자가 어떤 것은 암을 일으키고 어떤 미생물이 중독을 나타낸다고 발표하면 그것이 세계적으로 공인되기 이전부터 규제하려고 하는 것은 너무 민감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실험설계가 잘못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식생활환경이 다르고 경제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기민하고 엄격한 기준설정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어떤 때는 여론에 휘둘려, 방송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그에 대처하는데 부심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세우는 대책 때문에 생산업체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자는 정책도 보다 많은 검토가 필요한데 바로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순환기계 질환을 가져 온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우리 체질·식성 고려한 정책을
우리나라의 식단이나 한국인의 체질, 그리고 식성 등을 고려할 때 어떻게 규제하고 얼마의 기준치를 설정할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학자가 주장하면 몇 사람의 심의를 거쳐 정책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성급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식품 위해사고를 줄이기 위한 안전대책은 엄격할수록 좋지만 우리의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방법과 기준을 설정하는데 심사숙고해서 실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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