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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그룹이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FI)를 구하지 못해 대우건설을 공개 매각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다른 대기업그룹 계열사의 인수합병(M&A) 진행과정 및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기업그룹에 대해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계열사 매각을 종용하고 있지만 사모투자펀드(PEF) 규제조항이 많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자금조성이 쉽지 않은 점을 들어 M&A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대기업그룹이 계열사 및 자산매각에 나서고 있지만 변죽만 요란하게 울릴 뿐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동부그룹 계열사 및 하이닉스ㆍ현대건설ㆍ대우조선해양ㆍ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에 대한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우인터내셔널ㆍ대우일렉트로닉스ㆍ쌍용건설 등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산은은 PEF를 조성해 동부그룹 우량 계열사인 동부메탈 지분 100%를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협상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산은은 동부메탈을 인수한 뒤 재매각할 경우 동부그룹에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고 매각차익의 일부도 동부그룹에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은은 동부메탈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PEF를 통한 대기업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삼을 계획이다. 현대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은은 외환ㆍ우리 등 다른 주주들과 공동행동을 취하면서 현대건설 지분 35%를 매각하거나 M&A를 시도하기로 했다. M&A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에는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지분 11.7%를 오는 9월 설립되는 정책금융공사(KPBC)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산은은 한화그룹으로의 매각이 결렬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M&A도 재추진하고 있다. 해외 투자가에게 최대 지분을 넘기기보다는 국내 투자가가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해외 투자가는 일부 지분에 투자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외환은행 등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해외 투자가들의 입찰참가를 허용하지만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업력 등 입찰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고 있다. 캠코는 35.5%의 지분을 보유한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해 하반기 매각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와 관련 절차를 협의해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캠코는 연내 매각주간사 선정까지는 어려워도 대우인터내셔널의 전반적인 매각계획은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매각이 좌초된 쌍용건설의 재매각은 상당한 시간이 걸려 내년 이후에나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철휘 캠코 사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재매각을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하려면 지난해 낙찰가격과 근접한 수준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난해 수준의 가격을 받으려면 시간이 필요해 연내 재매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역시 재매각 일정을 놓고 채권단 간 이견으로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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