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전게이트’나 ‘청계천 비리’에는 로비스트가 개입돼 있습니다. 비리근절을 위해서라도 음성적인 로비관행을 양성화할 필요가 절실합니다.” 로비스트 양성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인 이승희 민주당 의원. 이 의원은 인터뷰 내내 로비스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양성화할 때의 이점이 훨씬 많은데도 ‘로비스트=브로커’라는 인식 때문에 법제화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현재 국회 주변에서만 200여명의 로비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형 로펌들의 경우 많게는 100여명의 정ㆍ관계 출신 인사들을 고문으로 영입해 로비스트로 활용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입법로비, 정부부처에서는 정책로비를 벌이지만 로비활동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실상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로비스트제도를 양성화할 경우 어떤 로비스트가 누구에게 무슨 정보를 전달했는지가 모두 공개된다. 따라서 정보유통이나 정책결정 과정이 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생각이다. 이 의원은 또 로비스트제도가 양성화되면 오히려 비리가 개입할 여지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정치인들이 받는 정치자금의 절반 정도가 로비스트들로부터 나오지만 누가 얼마나 줬는지가 공개되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한쪽의 편을 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해외에서 우리 국익을 대변해줄 로비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 등에서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나빠졌을 때 지금은 현지 로비스트를 고용해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이다 보니 한계가 많다는 것. 한국에는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 로비스트가 없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다반사다. 로비스트 양성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가장 큰 문제다. 정치권에서도 이에 대한 부담 때문에 ‘법제화하지 말고 지금처럼 관행으로 인정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의원은 당분간 법률 제정을 위한 공론화 작업에 전념할 생각이다. 3차에 걸친 토론회를 준비했는데 이를 1~2회 더 개최한 뒤 오는 9월께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299명의 국회의원들이 모든 이해집단을 다 대변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현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정책개발을 위한 논리를 제공하는 로비스트들의 활동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이 의원의 마지막 말에는 로비스트가 정치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양성화돼야 한다는 믿음이 배어 있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