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 동안 기업 유보율이 급증한 것은 투자위축 때문이 아니라 기업 수익성이 개선된 데 따른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유보율 급증, 정말 문제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설비투자가 아무리 늘어나도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유보율은 떨어지지 않는다”며 “유보율 급증과 투자 위축 간에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기업들의 투자부진으로 인해 유보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한 대한상공회의소의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임경묵 KDI 연구위원은 “유보율이란 잉여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것인데 잉여금은 현금으로 유보될 수도 있고 실물자산으로 유보될 수도 있다”며 “이 같은 유보율의 정의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순이익이 발생하며 성장하는 기업의 유보율은 추세적으로 늘어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잉여금 375조원이 기업의 여유자금인 것처럼 자주 언급되지만 이 가운데 상당금액은 이미 생산설비 등 자산으로 투자된 상태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 금액을 모두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기업이 보유한 생산설비 등을 팔아 다른 형태의 투자를 하자는 얘기가 된다고 임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보고서는 2006년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의 유보율이 2003년 이후 급증해 2006년 619%까지 높아진 것은 2003년 이후 기업 순이익이 증가함에 따라 이익잉여금이 2001년 70조원에서 2006년 251조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유보율이 급증하는 동시에 기업 설비투자도 2002년 26조원에서 2006년 49조원까지 회복됐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KDI는 “유보율은 기업의 자본구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표이므로 투자와는 별개로 결정되는 지표”라고 설명하고 “낮은 부채비율 등 안정적인 재무구조가 보수적인 경영행태를 반영한다고 볼 수는 있지만 외부충격에 대한 기업 대응 능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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