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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아 대규모 특별사면에 나선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분열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국면 타개책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번 특별사면에 대해 생계형 운전자나 고령, 신체 장애 등으로 수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했을 뿐이라며 애써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막는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과거 특사와 달리 정치인과 경제인 등이 이번 사면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도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행사’라거나 ‘부적정한 인사에 대한 특혜’라는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심 달래기용 지적 우세=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이라는 취임 100일 선물을 준 것에 대해 야당과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로 궁지에 몰리자 이를 비켜가기 위한 눈속임”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자유선진당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 사면권이 정치적으로 남용돼서는 안 된다”며 “정치ㆍ경제인 등 부패 사범이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해도 이런 식의 대규모 사면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뜬금없는 사면으로 국민들을 현혹시키려 한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야말로 용서해서는 안 되는데 정부의 의도가 무엇이냐”며 정부의 특별사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또한 4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특별사면이 이뤄진 것이 정치적인 의도가 있지 않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국민 화합과 서민생활 안정 등을 내세웠지만 사면 심사 과정이나 사면심사위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이번 사면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대운하 등으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것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생계형 운전자 등 대거 구제=이번 특별조치의 수혜자는 단연 운전면허 관련 제재로 생계에 지장을 받고 있는 직업 운전자 등 282만8,917명이다. 이는 김대중 정부 초기인 지난 1998년 3월 552만명,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8월 422만명에 이어 역대 세번째 규모다. 5월26일 이전에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운전면허 벌점이 쌓인 248만2,956명은 이번 특별감면조치로 벌점이 ‘0’으로 돌아간다. 또 11만563명이 운전면허 행정처분을 면제받았는데 이 중 9,182명이 운전면허 정지 또는 취소 처분을 면제받았고 10만1,381명은 운전면허 정지기간이지만 남은 기간의 집행을 면제받았다. 아울러 운전면허가 취소돼 일정기간 시험에 응시할 수 없던 23만5,398명도 즉시 재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운전면허 응시생이 몰릴 것을 대비해 주말에도 시험을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조치에서는 고령이나 신체 장애 등으로 힘겹게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불우 수형자 150명도 사면되거나 감형됐다. 구체적인 사면 대상은 ▦70세 이상 고령자(52명) ▦1급 신체 장애자(12명) ▦중증 환자(21명) ▦임산부나 유아 대동자(4명) ▦부부 수형자(5명) ▦노역 수형자(56명) 등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 사면 대상에서 살인과 강도, 조직폭력, 성폭행, 마약 제조ㆍ밀수 등 반인륜적인 중대 범죄와 뇌물 등 부패 사범을 비롯해 특사의 단골인 정치인과 경제인들은 한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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