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SK텔레콤 등 일부 대기업들이 속속 정년 연장과 연계해 임금피크제 도입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아직까지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국내 기업 비율은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다음 주 임단협에 돌입하는 현대자동차 노사는 임금피크제를 둘러싸고 극명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어 임금피크제 가 통상임금과 함께 올해 하투(夏鬪) 수위를 가늠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8일 산업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년 제도를 운영 중인 100인 이상의 사업장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비율은 2013년 기준 17.0%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가 처음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1년(12.3%)보다 겨우 4.7%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를 앞두고 삼성그룹·GS칼텍스·대우조선해양·SK텔레콤 등의 대기업들은 '정년 60세-임금피크제' 병행 시행을 이미 시작했거나 계획 중이다. 정년 연장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임금피크제를 통해 완화하지 않으면 근로자와 회사의 지속가능한 상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현대차 등 노사가 충돌하고 있는 사업장이다. 현대차는 사실상의 정년 60세(마지막 1년은 계약직)를 지난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임금 삭감은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임단협을 앞두고 최근 확정한 요구안에 '조건 없는 정년 연장'을 포함시켰다. 반면 사측은 임단협 테이블에 '임금피크제 시행' 카드를 들고 나올 예정이어서 통상임금과 함께 노사 충돌을 야기하는 핵심 뇌관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계약직 없는 정년 60세를 내년부터 조기 시행해야 한다"며 "임금 삭감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밝혔다.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사 힘겨루기는 현대중공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4일 임단협에 앞서 가진 상견례에서 노사는 정년 연장과 연계한 임금 삭감 여부에 대해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끝났다.
이처럼 임금피크제 논의를 산업현장에서 개별 사업장의 노사협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은 지난해 4월 국회가 2016년부터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임금피크제 등의 임금 체계 개편에 대한 강제 조항은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범위 확대에 따른 영향이 생산직에 집중되는 통상임금과 달리 정년 연장은 모든 근로자에 다 해당되는 만큼 당분간 산업계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며 "호봉제 아래서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 60세를 시행하면 결국 신규 채용이 감소해 청년 실업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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