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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없다구요? 그럼 심플은요? 심플도 없다면 그럼 있는 게 뭐예요? 나 원 참."
트럭 운전사인 50대 김모씨는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한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려다 결국 직원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김씨는 "어제 담배를 사려고 시내 이곳저곳 돌아다녀 봤지만 결국 못 샀다"며 "담뱃값이 오른 오늘부터는 좀 편하게 구입할 수 있을까 해서 나와봤는데 여전히 없어 화가 났다"고 말했다.
담뱃값이 2,000원 오른 첫날인 이날 서울경제 취재진이 서울시내 일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을 살펴본 결과 담배 가게는 대체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팔려는 담배도, 사려는 손님도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일부 애연가들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구입을 해둔 데다 담배 공급 물량 부족까지 겹치면서 인기 있는 담배는 일찌감치 자취를 감췄다.
성북구 내 대형마트 2곳의 경우 디스 한갑이 4,000원 등 2,000원씩 오른 가격이 표시된 담배진열대는 텅텅 비어 있었고 인근 편의점에서도 인기제품은 찾기가 어려웠다. 강남구 개포동과 대치동 인근 편의점들에서도 이 같은 물량부족 현상은 지속됐다.
이에 따라 평소 같으면 붐볐을 마트나 편의점의 담배 판매대 앞은 한산해 보이기까지 했다.
전날까지 값싸게 담배를 구입하는 데 실패한 애연가들은 오른 가격임에도 담배를 살 수 없게 되자 여기저기서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담배를 구입하러 이날 오전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은 종암동의 박정식(36·가명)씨는 "연말에 담배를 구입하기 힘들어 참고 있다가 나왔는데 아직까지 담배진열대가 비어 있는 것을 보니 황당하다"며 "이참에 금연을 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트와 편의점 들은 공급물량 부족을 호소했다.
대형마트의 담배진열을 맡고 있는 한 직원은 "담배는 보통 주 3회 주문을 했는데 지난해 정부의 판매제한 조치 이후 주 1회로 주문횟수가 줄어 물량을 공급받기 어려웠다"며 "2일 다시 주문을 낼 예정이지만 제품을 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처럼 담배 사기가 어려워지자 인터넷에서는 암거래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담배 필요하신 분 연락 주세요"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담배 사재기에 성공한 애연가도 담뱃값 인상에 대한 불만은 크다.
충남 서산의 서모(26)씨는 "연말에 담배를 다섯 갑 정도 사놓았는데 많이 사두지 못해 아쉽다"며 "이 정부에 세금 보태기 싫어 사둔 것을 다 피우면 금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흡연경력의 직장인 권주원(29)씨는 "월급은 오르지 않고 담뱃값과 공공요금 등이 인상돼 가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연을 생각하고는 있지만 당장 끊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일부 편의점들은 담배진열대 바로 옆에 '2015년 금연해 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금연초와 담배필터·금연파이프 등을 홍보하는 안내문을 붙이는 등 발 빠르게 금연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 직원 배모(22)씨는 "담배 사가는 분들이 금연해야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아예 금연 관련 제품 안내문을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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