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12월 여기자를 성추행한 이진한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에게는 대검찰청 감찰본부장 경고라는 가벼운 징계에 그쳤다. 성추행을 당한 여기자의 강력 항의에도 술에 물 탄 듯한 징계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성격이 비슷한 사건인데도 징계 수위가 제각각인 데 대해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내부의 공정성이 없다면 수사와 판결의 공정성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법무부나 검찰은 하나같이 저울을 상징물로 사용하고 있다. 법원과 변호사단체도 마찬가지다.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칼을, 다른 손에는 저울을 든 여신 디케의 조각상에서 나온 상징물이 시대마다 조금씩 변해도 저울만큼 그대로 유지된 이유가 무엇인가. 법조계의 공통 상징물에는 눈을 뜨고 좌고우면하지 말고 눈 감은 채 저울처럼 정확하게 판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법무부가 상식의 기준으로 납득할 수 없는 징계를 내린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파헤치던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에게는 '보고 절차 누락'을 이유로 들어 정직 1개월과 감봉 1개월씩을 내린 법무부는 음주운전으로 충돌사고를 낸 검사에게는 견책 처분으로 그쳤을 때도 징계의 저울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내부의 비리조차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법무부의 고장 난 저울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법 집행에 대한 신뢰가 없는 사회는 불안전하고 경제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법과 법률 종사자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쌓이면 원칙과 상식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끊어질 지경인 디케의 저울이 비정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국민의 준법의식도 낮은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높은 시민의식과 준법정신을 갖춘 사회만이 선진국가에 진입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 누구보다 앞장서 이런 환경을 조성해야 할 법을 다루는 집단이 언제까지 사회적 불신의 단초를 제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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