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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핵심 기술을 외부로 유출해 금전적 이득을 꾀하는 기술유출 사범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부(판사 유영현)는 자동차 엔진 관련기술을 돈을 받고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현대자동차 선임연구원 천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천씨는 지난 2007년부터 2년간 평소 친분이 있던 자동차 튜닝업체 사장에게 현대자동차 10종의 엔진 전자제어 기술 등에 관련된 자료를 e메일 등으로 넘겨주고 5,000만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이 가볍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범행을 모두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고 범행동기나 취득금액 등을 고려할 때 실형을 선고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벌금 1억여원과 사회봉사 240시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기업이 수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핵심 기술을 개인의 이득을 위해 외부로 유출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2009년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유출 사범 등이 포함된 부정경쟁방지법 처리건수는 188건으로 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것은 12건에 불과하다. 구속 수감되는 비율이 10%도 채 안 되는 수치다. 검찰 역시 올 7월 말 현재 기술유출 범죄 처리에서 영업비밀성 입증 등 수사의 어려움으로 약식기소나 혐의없음 처분을 많이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이 국감자료로 제출한 기술유출범죄 입건, 처리현황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442명을 적발했지만 이 가운데 구속ㆍ불구속 기소는 55건에 불과하며 혐의없음이 33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법원이 기술유출 사안에 대한 심각성을 파악하고 엄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며 검찰도 기술유출 사범의 범죄입증 등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애써 개발해놓은 기술을 외부로 유출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것은 신뢰관계를 넘어 국부를 유출하는 것으로 지극히 엄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자ㆍ정보통신ㆍ철강ㆍ자동차ㆍ조선 등 국내 업체가 세계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기술유출 시도에 대해 정부와 산업계ㆍ사법당국이 공동보조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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