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여러 사람이 마음으로 서로 뭉쳐 화합함)가 지금의 KCL을 만들었죠"
최원현 (57ㆍ사법연수원 10기ㆍ사진) 법무법인 KCL 대표변호사는 KCL이 기업의 인수합병(M&A)자문 및 공정거래법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로 인화를 중시하는 사내 문화를 꼽았다.
단합이 이뤄져야 로펌의 경쟁력이 극대화 될 수 있다는 그의 평소 신념을 표현한 것이다. 인화를 중시하는 KCL의 문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만장일치 의사결정시스템이다. KCL은 파트너회의에서 논의되는 안건에 대해 만장일치 의사결정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다른 로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의사결정 방식이다. 최 변호사는 이런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었던 데 대해 "KCL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출범해 구성원 간에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CL은 구성원들을 새로 채용하거나 영입할 때도 팀플레이나 인화를 중시하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최우선적으로 평가한다. 최 변호사는 "때론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의사결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상호 간의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조직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KCL은 M&A 분야와 해외자원 개발, 전자상거래보호와 방문판매 등 공정거래법 분야, 금융 분야 등에서 높은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변호사 수로는 70여명의 중견 로펌이지만, M&A 리그테이블에서는 변호사 수가 더 많은 대형 로펌들을 제치고 5~7위권의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 자문업무 분야에서도 다른 로펌과는 다른 차별화 된 서비스로 법률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KCL의 자문 방식은 다른 로펌에서는 흔치 않은 '데이 투 데이(day-to-day)' 방식이다. 데이 투 데이 자문은 기업의 계약ㆍ인사ㆍ노무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법률적 검토를 일상적으로 해주는 법률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국내 대형로펌들이 기업 인수합병 등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기업자문을 펼친다면, KCL은 기업 밀착형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 고객 중 상당수가 10년 이상 KCL과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기업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면서 기업 전반의 내용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기본적으로 기업과의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데이 투 데이 자문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위주의 단발적인 자문보다는 장기적 관계를 맺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대외적인 환경 내지 경기 변화로 인해 다른 로펌들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도 KCL은 흔들림 없이 견고한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다. 최 변호사는"인화와 신뢰를 중시하는 KCL의 경영철학이 위기를 극복하는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KCL이 합병을 통해 로펌의 대형화를 섣불리 추진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00년 초중반 다른 로펌들이 합병을 통한 양적 팽창에 나서고 있을 때, KCL 내부에서도 합병과 관련해 많은 토론이 이뤄졌다. 그러나 KCL은 창립 이후 일관되게 견지해 온 내실 위주의 질적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끈끈한 유대감으로 힘을 합쳐 일하고 있는 정예부대에 굳이 몸집 불리기용 용병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원현 대표는 "법률서비스 수요자인 고객의 규모와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공급자인 로펌 역시 규모와 종류에서 다양할 수 있는 법이며, 모든 로펌이 대형화를 추구해야 하고 초대형 로펌만이 법률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외형을 부풀리기 위한 단순한 변호사 수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 최원현 대표변호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