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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29일] 한국 영화만의 경쟁력
입력2009-12-28 17:43:08
수정
2009.12.28 17:43:08
"전지현이 영국 영어를 쓴다면 더 인상 깊지 않을까요? 미국 사람들은 영국 악센트를 쓴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똑똑하게 생각하니까요."
할리우드 제작사 임프린트 엔터테인먼트의 마크 모건 대표는 얼마 전 내한해 기자와 따로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전지현은 충분히 매력적인 배우지만 미국식 영어를 완벽히 구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영국식 영어를 쓰는 게 더 독특해 보이지 않을까 한다는 것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전지현ㆍ이병헌ㆍ비 등 많은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모두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올해 우리나라 배우들은 굵직한 주ㆍ조연으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배우뿐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계는 다양한 방법으로 할리우드 시장에 진출했다. 리메이크로 공동제작에 나섰고 할리우드의 굵직한 작품에 부분 CG업체로 참여했다.
이날 마크 모건은 "한국에 온 이후에 한국영화 DVD 수십장을 선물받았다"고 말했다. 모건은 한국 영화 리메이크에 관심이 많다며 이미 리메이크 계획을 밝힌 한국영화 '폰' 외에도 두 건의 더 리메이크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가 이처럼 한국 영화 리메이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국 영화의 리메이크가 사업적으로 알맞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소재가 신선하고 스텝들의 실력도 뛰어나 영화적 측면에서도 만족할 수 있고 투자가 마른 미국보다 한국에서 제작하는 것이 제작비 절감에도 좋다는 판단이다.
마크 모건 외에도 이달 초 내한한 지니 한 파라마운트 부사장 역시 완성된 한국 영화를 미국에 배급하는 것보다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것이 미국 시장 진출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CG업체들 역시 우수한 기술력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아 할리우드에서 환영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는 한 영화의 CG 전체를 한국에 맡기지 않고 일부분만 한국 업체에 맡긴다며 영화 전체를 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할리우드와 비슷한 영화를 만들어 거창하게 수출해야만 해외진출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볼 수 있으면 굳이 한국 것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병헌의 눈빛 연기든, CG업체의 기술이든, 우리 영화인만의 경쟁력을 키운다면 오는 2010년은 한국 영화인이 침체기인 할리우드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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