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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파문'으로 부실 보험사인 AIG에 대한 비난 여론이 한층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AIG와 같은 비예금 금융기관의 감독 수위를 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광범위한 금융권 규제에 착수할 전망이다. 이 같은 금융규제안이 현실화할 경우 미 정부는 보험사, 사모펀드(PEF), 헤지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을 은행처럼 관리 감독, 상황에 따라 문을 닫게 할 수도 있다. 24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부장관은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나란히 출석, 금융권 규제 강화를 위한 새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같이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같은 날 진행된 TV 기자회견을 통해 "AIG 사태가 악화된 것은 AIG가 은행이 아니라 보험사이기 때문으로 '규제의 부제' 탓"이라며 새 법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부실화에 처한 비예금 금융기관들을 위해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보험사는 물론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까다로운 규제에서 예외 적용돼 온 기관들의 생사 여탈권을 정부가 쥐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들 금융기관에 미 정부가 감독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미 은행권의 규제를 담당하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은행의 부실 여부를 임의 판단해 은행을 퇴출시키거나 매각 등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있으며, 올해 들어서만 20개의 미 지방은행을 파산 조치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AIG에서 봤듯이 비예금 금융기관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시스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며 "미국이 지난해 비예금권에 대한 규제 수단을 갖고 있었다면 AIG에 관재인 파견 등의 조치를 취해 보험 계약자들을 보호하고 채권자들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G는 파생상품을 과도하게 운영, 광범위한 부실을 창출했지만 보험사라는 입지를 활용해 정부 규제를 교묘히 피해 왔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권한 강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존 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 같은 방안은 정부에 전례 없는 권한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며 표결에 앞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AIG 파문'에 압도된 미 의회 및 시민들의 분위기는 이번 방안을 지지하는 쪽에 가깝다. 미 의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새로운 법안을 마련, 빠르면 31일 표결에 넘길 방침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는 "정부가 광범위한 영역의 감독할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은 현재 금융 규제 모델로부터의 상징적인 이동이 될 것"이라며 "독립 기관이 감독할 경우에 가능했던 정치적 수순으로부터의 보호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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