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의 위기국면으로 치달았던 남북관계가 당국 간 대화를 통해 화해 모드로 방향을 틀었고 꽉 막혔던 당국 간 채널도 복원된 만큼 정상회담을 겨냥한 통 큰 결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현시점에서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25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제비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지금 시점에서는 너무 나가는 것"이라며 "앞으로 북한이 합의내용을 얼마나 성실하게 준수하고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 국가안보실장도 25일 새벽 고위급 접촉 합의 타결을 전하는 브리핑에서 정상회담 협의 여부에 대한 질문에 "지금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서는 정상회담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분단 고통 해소와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며 "남북 정상회담도 그것을 위해 도움이 되면 할 수 있다"고 조건부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박근혜 정부는 수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및 한중협력 강화라는 성과를 일궈냈지만 일본과 북한 관계에 있어서는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담화를 통해 양국 관계개선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올해 한중일 정상회담도 개최될 여지가 있다. 박 대통령이 '한반도 외교'를 완성하기 위해 임기 후반기에는 대북관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대통령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극도로 꺼린다. 관건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더라도 군사대결을 중단하고 화해와 협력의 길을 선택한다면 5·24 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경원선 연결 등을 아우르는 그랜드 바겐(포괄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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