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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 실상사에서는 한국 불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기 위한 야단법석(野壇法席)이 18일 끝났다. 스님과 일반 불자 수백명이 모여 열린 이날 행사에는 조계종 교육원장을 지낸 무비스님, 전국선원수좌대표 혜국 스님, 해외에서 10여년간 수행해 온 향봉스님, 생명운동을 벌이는 인드라망 공동체 상임대표 도법스님 등이 법문을 하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도법스님은 “간화선이 최고의 불교수행법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간화선을 일상적인 삶의 방식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고 묻자 혜국스님은 “장님이 눈을 뜨는 방법은 수천 가지인데 유독 간화선 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며 “하지만 간화선을 근본으로 받드는 조계종 선방에서 하는 염불선이나 위파사나(남방불교 수행법)는 어색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혜국스님은 “간화선의 병폐는 간화선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잘못 받아들이는 수행자들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행사에는 간화선의 유래부터 그 수행법의 장점과 문제점, 세속의 물질주의에 물든 불교계의 관행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총무원장 선거를 앞둔 조계종단을 향해 후학을 기르는 교육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촉구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법석은 특히 선수행을 주로 하는 선원스님들의 대표격인 전국선원수좌대표 혜국 스님이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이번 행사에 이어 실상사는 겨울 안거(음력 10월15~1월15일) 기간에 맞춰 100여일간 지리산 800리를 침묵하면서 순례하는 ‘움직이는 선원’ 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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