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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8ㆍ29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에서 뚜렷한 거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중층 재건축 단지들은 실거래량이 급감한 반면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나 송파구 가락시영과 같은 저층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저층 재건축 단지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용적률이 낮은 저층 아파트는 용적률 상향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상향(2종 일반주거지역 → 3종 일반주거지역)을 추진하고 있는 가락시영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락시영 '살아나고' 은마 '지고'= 3일 서울시에 따르면 9월 들어 가장 많은 거래가 이뤄진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가락시영 1차다. 8월 3건에 불과했던 거래량이 9월에는 15건으로 늘어났다. 매매가도 소폭 올랐다. 이 아파트 40㎡형(이하 전용)의 경우 7월에는 4억4,800만~4억7,1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지만 9월에는 4억5,600만~4억7,600만원 선으로 1,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가락동 M공인 관계자는 "가락시영2차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1차에서 집중적으로 매매가 일어났다"며 "다만 급매물이 정리되며 호가가 오르자 매수세가 다시 끊겼다"고 전했다. 개포주공1단지 역시 9월 9건의 거래가 이뤄져 8월(8건)과 비슷한 수준의 매매량을 유지했다. 반면 중층재건축 단지들은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도리어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8월 21건에 달했던 거래가 9월에는 7건으로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치동 E공인 관계자는 "8월에 일부 저가 매수가 이뤄지면서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정도 오르자 9월 들어 문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은 8ㆍ29대책 효과를 기대하며 집값을 띄웠지만 매수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잠실주공5단지 역시 지난 8월 7건이던 거래가 3건으로 줄었다. 이 단지는 8ㆍ29대책의 효과가 사실상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최근 다시 1,000만~2,000만원 가량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개발 호재 따른 '반짝' 거래(?)= 거래량 급등락의 원인은 8ㆍ29대책이 아닌 각 단지 별 개발호재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은마아파트의 8월 거래량이 늘어난 것은 집값이 떨어진 이유도 있지만 8월 초 이 단지에 대한 정비계획수립 용역 착수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정비계획수립착수 → 저가매물 거래 → 호가 상승 → 거래 단절' 순으로 시장이 요동쳤다는 설명이다. 가락시영 역시 9월 초 송파구가 발표한 종상향 추진이 거래가 순간적으로 늘어난 이유로 분석된다. 잠실 W공인 관계자는 이에 대해"주변 재건축 단지의 사례를 보면 잠실주공5단지나 개포주공1단지도 구체적 정비계획 등이 나옴에 따라 거래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거래량 반짝 증가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아 당분간 많은 투자 수요가 붙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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