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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5월 14일] 자원권력과 한국의 선택
입력2008-05-13 16:19:26
수정
2008.05.13 16:19:26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은 총체적인 자원부족 문제일 것이다. 자원 문제는 모든 국가의 화두가 됐고 이제 자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자원 부족으로 인한 분쟁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천연자원을 둘러싼 새로운 냉전은 이미 시작됐다.
자원 전쟁의 진원지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이 눈부신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원자재 부족 문제가 2000년대 들어 세계 자원시장에 파란을 몰고 왔다. 중국의 폭발적인 철광석 수요 증가는 국제 철광석 가격의 급등을 초래했다.
중국의 석유 수입의존도는 45%를 넘어섰고 해마다 그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의 경제성장은 자원유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자원 문제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자원 문제의 심각성은 또 있다. 바로 자원 메이저들의 엄청난 영향력이다. 올해 세계 철광석 가격은 65%, 원료탄 가격은 200% 이상 올랐다. 원료 메이저와의 협상에 나선 철강업체들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그 이면에는 세계 자원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소수의 거대 자원기업들이 있다. 철광석 3대 메이저는 세계 시장의 80%를 지배하고 있고 유연탄도 5대 메이저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고객들이 거대 자원기업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하는 것이 힘들게 됐다. 이들은 자원을 둘러싼 냉전 시대에 최대의 권력자가 된 것이다.
자원 메이저들은 그동안 경쟁업체들을 차례차례 집어삼키면서 덩치를 키워왔다. 캐나다 구리업체인 리오 알곰은 지난 200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빌리톤에 넘어갔다. 그로부터 2년 뒤 빌리톤은 다시 오스트레일리아의 BHP에 합병됐다.
발레도리오도체는 2006년 세계 최대 니켈업체였던 인코를 인수했다. 코말코ㆍ알칸 같은 자원업체들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리오틴토에 인수됐다.
이제는 훨씬 큰 규모의 초대형 인수합병(M&A)이 논의되고 있다. BHP빌리톤은 무려 1,500억달러를 지불하고 리오틴토를 인수하겠다고 나서 초대형 메이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5위의 광산업체인 스위스의 엑스트라타를 둘러싼 인수전도 가열되고 있다.
또 다른 자원메이저들도 지금 이 순간 인수대상 업체들을 찾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자원 메이저들이 덩치를 키우는 것은 그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서다. 그들의 힘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어떤 계기로 세계적인 자원부족 문제가 극적으로 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전세계 국가들도 자원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 정부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자원외교로 방향을 잡았다. 독재 정권을 비호하는 더러운 거래를 한다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물론 자원 전쟁에 미국ㆍ러시아ㆍ인도 등 강대국들이 동참하고 있다는 점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적극적인 해외 자원개발 외에 근본적인 대안이 없다. 경제 선진화를 위해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그렇지만 상당 기간 동안은 제조업이 우리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해야 한다. 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없다면 우리 제조업의 성장동력은 어쩔 수 없이 털털거리게 될 것이다.
열강들이 벌이는 총성 없는 자원 전쟁에서 우리는 그동안 낙오자 신세였다. 늦었지만 더 이상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고유의 모델을 갖고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고들 한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나 절박한 심정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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