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이 빨라졌다. 한자어 일색이었던 사설도 쉬운 말로 바꿨다. 도창들은 봉산탈춤, 양주산대는 물론 애크로배틱까지 익혀 무대에서 선보인다. 오는 5~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창극 ‘춘향’은 현대 감각에 맞게 새로 각색한 작품. 젊은 세대도 공감할 수 있도록 창극을 재해석한 ‘우리 시대의 창극’ 세 번째 시리즈로 국립창극단에서 기획한 공연이다. 연출을 맡은 김효경 서울예대 교수는 “공연을 늘어지게 하는 진양조 가락을 자진모리로 바꿨다”며 “판소리 기교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속도를 올렸다”고 말했다. 사설과 소리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마두각(馬頭角)하거든 오실라오, 오두백(烏頭白)허거든 오실라오?’ 등 이해하기 어려운 사설을 ‘말머리 뿔나거든 오실라오, 까마귀 머리 허여지면 오실라오’와 같이 쉬운 표현으로 바꿔 부른다.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무대장치, 아크로배틱이 가미된 어사출두 장면 등 시각적 볼거리가 풍부한 점도 특징이다. 무려 9명의 도창자가 무대 위에 올라 소리와 몸짓을 선보인다는 설정도 새롭다. 명창 안숙선을 비롯 김근미, 허종렬 등이 도창을 맡고 춘향 역은 김지숙과 박애리가 번갈아 맡는다. 친형제인 왕기철과 왕기석이 각각 이몽룡과 변학도를 맡아 극중 대립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02)228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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