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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군부 계엄령 선포] 정부 사전승인 없이 개입… 쿠데타 가능성도 배제 못해

옐로ㆍ레드셔츠 가두시위 취소… 중재자로서 군 개입 사실상 용인

양측 모두 쿠데타엔 부정적 입장… 대화 통한 타협 모색할지 주목

태국 군부의 20일 계엄령 선포는 지난 6개월여 동안 계속돼온 정정불안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미 정치적 사태해결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이를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인 군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친정부·반정부 측 모두 군에 협조하기로 하는 등 이번 계엄령 선포가 사태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군부가 현 정부 퇴진을 겨냥한 쿠데타까지 시도할 경우 친정부 진영의 강한 저항 속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아침 군부의 계엄령 선포 후 태국 정부청사 및 방송국·주요도로 등에 군 병력이 즉각 배치된 가운데 AP통신은 "방콕의 1,000만 시민들은 평소처럼 등교 및 출근길에 나서는 등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의 정정불안이 심화할 때마다 군대가 개입해온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올 게 온 것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잉락 친나왓 당시 총리가 자신의 친오빠이자 부정부패 혐의 등으로 퇴진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사면을 추진하면서 야기된 정정불안이 6개월이 지나도록 악화일로를 거듭하며 "현재의 정국혼돈을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군 뿐"이라는 여론도 강했다. 더욱이 지난 15일 발생한 유혈사태로 3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치자 쁘라윳 짜오차 태국 육군참모총장은 "군이 나설 수 있다"며 사실상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존 블랙스랜드 호주국립대 전략방위연구센터 교수는 "태국의 정치위기가 티핑포인트(임계점)에 다다랐다"며 "현재 태국에서 중재력을 가진 유일한 기관은 군대"라고 말했다.



군부는 이날 새벽 군TV방송을 통해 성명을 내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행동을 나섰다"며 "쿠데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차이카셈 니티시리 법무장관 또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군은 오직 치안 문제만 다룰 것"이라며 "혼돈에 빠질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등 이번 군 개입이 갈등중재를 위한 것임을 부각시켰다. 친정부·반정부 진영 또한 이날 계획돼 있던 거리행진 시위를 취소하는 등 '중재자로서의 군 개입'을 사실상 용인했다.

그러나 이번 계엄령 선포가 군부 쿠데타로 이어질 가능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2006년 탁신 체제를 몰락시킨 것을 비롯해 태국군은 1932년 입헌군주정 수립 이후 지금껏 18차례나 쿠데타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특히 짜오차 총장 등 반정부(반탁신) 계열로 분류되는 태국군이 7일 해임 결정된 잉락 전 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은 니와탐롱 분송파이산 과도총리대행 체제 전복을 시도할 경우 친정부 시위대인 '레드셔츠'의 강한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자뚜뽄 쁘롬빤 레드셔츠 지도자는 "계엄령 선포로 현 정부와 헌정은 여전히 유지되며 이는 쿠데타에 반대해온 우리 입장과 배치되지 않는다"면서도 "군대가 확실한 신호를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반면 반정부시위를 이끌고 있는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는 이미 총리청사에 시위본부를 차려 힘의 우위를 과시하는 가운데 "중립적인 과도정부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친정부·반정부 간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반정부 세력 역시 쿠데타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이번 군 계엄령 선포를 계기로 양측이 대화를 통한 타협을 모색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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