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년간 국내 유통산업은 시장 규모 확대와 더불어 유통구조의 변화와 신 유통업태의 등장 등 대변혁을 겪으며 성장해왔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유통 시장이 개방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ㆍ편의점 등 기업형 유통시설이 보편화됐고 한동안 이들 업태의 정착 및 성장이 지속되며 성숙기를 맞이하게 됐다.
유통 시장의 변화는 소비자의 구매 성향 변화와 함께 이뤄졌다. 백화점을 오가는 사람들은 비싸더라도 과시적으로 소비하는 '베블런 효과'를 여실히 보여줬고 명품 매장 앞에도 긴 줄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경제 침체 속에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자 렌털 서비스와 중고 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불황형 소비'도 확산되며 대형마트와 아웃렛이 승승장구하게 됐다. 불황의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정서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하는 소비와 여가 활동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게 됐다. '가족 중심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덕에 '복합 쇼핑몰 시대'의 문도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아이파크몰을 오픈하기 전 미국의 '몰오브아메리카'나 일본의 '캐널시티'를 둘러볼 당시 국내에도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즐기는 '몰 문화'가 새로운 유통 트렌드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쇼핑몰 문을 연 지 6년이 지나면서 개점 기념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8~9월에 생일 잔치에 나서는 복합 쇼핑몰 수가 하나둘씩 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쇼핑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여가 생활까지 함께 즐기고자 가족 손을 잡고 삼삼오오 '몰링'을 즐기러 오기 시작했다. 백화점을 운영하던 대기업마저 하나둘씩 교외형ㆍ도심형 복합 쇼핑몰 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복합 쇼핑몰 1세대로서 자부심이 느껴진다.
복합 쇼핑몰은 타 유통시설보다 규모나 시설이 크고 다양한 업종이 입점하는 만큼 사업 구조가 복잡하다. 내부 업체와의 상생, 주변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는 '디벨로퍼(Developer)'의 역할이 어느 유통업태보다도 중요하다.
단일 목적의 유통시설로 이미 형성된 상권 안에서 수요를 창출해내는 백화점식 '리테일 비즈니스'와 달리 복합 쇼핑몰은 새로운 상권을 개발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도시 발전을 촉진하는 '개발 비즈니스'의 형태를 띠어야 하는 것이다.
머지않은 시일 내에 들어서게 될 복합 쇼핑몰도 장기적인 비전과 함께 디벨로퍼로서의 사명을 잊지 않고 도시 개발의 순기능적 역할을 해나간다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국가 차원에서도 소비 침체기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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