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 화장품 브랜드들이 면세점 시장에서 내수 부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백화점이 이미 포화 상태인데다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반면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내국인의 가치 소비 지향으로 과거에는 보조 유통에 그쳤던 면세점이 최근 차세대 유통채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 진출에 앞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넘고 해외로 나가는 국내 관광객도 증가하면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브랜드의 경우 이미지 제고를 위해 면세점에 들어오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은 전년보다 23% 신장한 4조9,000억원 규모로, 신장률로는 같은 기간 백화점(11%)을 2배 웃돈다. 특히 면세점에서 국산품 인기가 치솟으면서 롯데면세점의 올 1~7월 국산품 매출 비중은 전년보다 2배나 뛴 40%를 차지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브랜드들이 앞다퉈 면세점에 입점한 결과다. 신라면세점은 올해만 19개 국내 브랜드가 새로 점포를 열었다.
면세점 유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아모레퍼시픽. 현재 18개 면세점에 8개 브랜드 39개 카운터를 운영 중이다. 올해 전체 매출 가운데 국내 면세점 비중은 1ㆍ4분기 9.8%에서 2ㆍ4분기 11.8%로 높아졌다. 올해 아모레가 면세점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은 지난해보다 34% 늘어난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은 외국인 선호도가 높은 면세전용상품을 적극 개발하는 한편 춘절, 골든위크, 국경절 등 관광객 방문이 급증하는 시즌에 맞춤형 프로모션도 강화하고 있다.
LG패션은 지난해말 일본인 관광객을 겨냥해 롯데 부산면세점에 헤지스액세서리를 입점시킨 데 이어 올초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인 질스튜어트액세서리를 제주관광공사 면세점에, 헤지스액세서리를 지난달 인천공항 롯데면세점에 잇따라 선보였다.
제일모직의 빈폴 역시 국내 면세점에서 올 8월까지 매출 신장률이 백화점의 2배가 넘는 35%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상품기획(MD)4팀장은 "현재 다양한 국내 화장품 및 패션ㆍ잡화 브랜드 입점을 검토 중"이라며"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해 앞으로 국내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명품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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